9년 만에 아침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by A록

"좀 일찍 일어나면 안 돼?"

아이들 아침밥을 차려주고 물통에 물을 넣어주느라 바쁘게 움직이던 남편이

느지막하게 방에서 나오는 날 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일찍 일어나야 돼? 당신이 다 하는데?" 내가 말했다.

"애들 옷은 어떡해? 당신이 챙겨줘야지."

"전날 챙겨놓을게."

"그럼 계속 일찍 안 일어나겠다는 거야?"

"응!"


이렇게 나는 아침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좀 더 자겠으니 당신이 아이들을 챙겨서 보내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일주일도 채 안 된 해방이다. 미치도록 좋다.


나는 이제 아예 방에서 나가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내 방 문 앞에서

"엄마, 학교 다녀올게!"

라고 인사를 하면 나는 누워서

"그래, 잘 갔다 와!"라고 인사만 한다.


모두가 자고 있는 아침 7시.

잠이 달아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차가워진 아침 공기를 데워줄 보일러를 켜고

화장실을 한 번 갔다가 다시 나의 안락한 이부자리로 돌아온다.


7시 반에 남편이 트는 피아노 음악 소리, 아이들을 깨우는 소리,

접시 달그락 거리는 소리, 물소리,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떠드는 소리들을 차단하기 위해

방문 쪽에 놓인 베개를 벽 쪽으로 옮겨서 자는 방향을 바꾸고

3M 귀마개를 꼭꼭 눌러 귀에 낀 다음

이불을 잘 펼쳐서 포근히 덥거나 둘둘 말아 다리에 끼면서

더 편안한 자세를 찾아 잡고 취침 2부를 진행한다.

취침 2부를 깔끔하게 완성하기 위한 약간의 준비들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카페에 간 고요한 빈 집에서

나는 충분한 수면 양을 채우고 개운하게 일어나

쓰고 짠 약물을 한 잔 마시고

귤밭을 천천히 걸어갔다 온 다음

사과를 한 알 씻어 집 앞 데크에 앉아 풀이나 꽃을 바라보며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


지난밤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꽃에 앉은 나비의 무늬를 유심히 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초록에 눈을 둔 채 사과만 먹기도 한다.

나의 하루를 천천히 열어간다.


엄마도 이런 고요를 누릴 자격이 있다.

이렇게 오롯한 1인분의 아침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지난 9년간은 내가 3인분의 아침을 분주하게 보냈으니 이젠 그의 차례다.

아이들이 스무 살에 독립을 한다고 치면

지금보다 훨씬 정신없고 힘들었던 전반부의 아침 노동을 완료한 내가

상대적으로 매우 수월하고 널널한 후반부의 아침 노동을 그에게 넘겨준 것이다.


젖 주고, 똥 씻기고, 어린 두 녀석이 여기저기 묻히고 던진 음식을 닦고

아침 산책까지 시켜야 되는 정신이 반쯤 나가는 아침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씻고 치카하고 옷을 입고 깔끔하게 밥을 먹은 후에 등교를 하는 아침이 된 후에

그에게 아침 노동을 패스했으니 나는 충분한 자비를 베풀었다.


9년 만에 되찾은 나의 아침.

잠을 자든, 글을 쓰든, 춤을 추든, 책을 읽든 나는 방해받지 않고, 멈추지 않고 만끽하리라.

나만의 아침을 차고 넘치도록 즐기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는 적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