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한 송혜교씨의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오래 가슴에 남았다.
“너무 원하면 항상 제 것이 안 되더라고요.”
젊은 날에 이 말을 들었다면 ‘그래도 간절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며 가볍게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인생의 한가운데를 지나온 지금은 그 말이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마흔이 넘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것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고, 아무리 애써도 타이밍이 맞지 않는 관계와
끝내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결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젊을 때는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조금만 더 참으면,
조금만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원하며 살아왔다. 사랑을 원했고, 인정받음을 원했으며, 성공과 안정된 삶을 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정작 마음을 가장 힘들게 했던 순간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너무 간절히 원하던 때였다.
그때의 나는 원하는 것을 붙잡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으며, 삶은 늘 조급했다.
송혜교씨의 말은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삶에 대한 담담한 고백처럼 들린다.
‘원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너무 앞서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중년이 되어 보니 인생은 힘을 줄수록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손에 힘을 빼야 잡히는 것들이 있고, 한 걸음 물러서야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
사랑도 그랬고, 사람과의 관계도 그랬으며, 일과 인생의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돼도 좋고, 안 돼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졌을 때, 삶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결과보다 나 자신을 먼저 지키게 되었고, 그제야 하루가 덜 아프게 흘러갔다.
중년의 삶은 더 많이 가지는 삶이 아니라 덜 상처받는 법을 배우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를 너무 원하게 될 때 잠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걸 가지지 못하면 나는 정말 괜찮지 않은 걸까?’
대부분의 경우 답은 늘 같다.
'아니, 그래도 나는 괜찮다.'
송혜교씨의 말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원하되 자존심까지 내어주지는 말 것.
바라되 자기 자신을 잃을 만큼 앞서가지는 말 것.
어쩌면 중년의 품격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담담해질 수 있느냐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내 것이 되는 것들은 내가 나를 놓치지 않았을 때,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