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렇게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포도주가 만들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누군가는 좋은 포도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기술이나 환경을 말한다.
하지만 한 소설가는 단 하나의 단어로 답했다.
시간.
이 단어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페인에서 가이드를 하던 시절,
나는 와이너리 투어를 수없이 진행했다.
같은 설명을 반복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늘 달랐다.
대부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떤 사람들은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다가와 물었다.
“오늘 시음 가능한가요?”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눈빛'
그들은 와인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을 듣고 있었다.
하나의 와인이 완성되기까지는
최소 1년 6개월이 필요하다.
포도를 기르는 데 1년,
숙성하는 데 6개월.
하지만 깊은 풍미를 가진 와인은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견딘다.
오크통 안에서 몇 년을 보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변해간다.
그 시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나는 내 삶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처음 스페인에서 가이드를 시작했을 때,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었다.
말은 자주 꼬였고
설명은 어설펐으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그때는 '왜 나는 이렇게 못할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덜 쌓인 사람이었다.
실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고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꺼내고
같은 실수를 계속 겪으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쌓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흩어져 있던 경험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점이 온다.
나는 그때서야
‘이해하고 있다’는 감각을 처음 느꼈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때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솔직히 말하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고
생각이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종이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한 것뿐이다.
우리는 결과만 보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시간이 쌓인 뒤에야 나타난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이미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는데도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멈춰버린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잘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나는 계속하고 있는가.”
우리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고 있는 사람이다.
포도가 와인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자신만의 깊이를 갖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끝까지 멈추지 않는 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