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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그 사람의 전부입니다

by 아론의책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살면서 많은 선배 가이드를 보았습니다. 선배들의 투어를 볼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죠.


'어떻게 저렇게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투어를 할 수 있을까?'


해박한 지식과 멈추지 않는 멘트를 노트에 다 기록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저는 선배들을 동경했습니다. 선배들처럼 멋지게 투어 할 모습을 매일 상상했죠.


하지만 모든 선배가 닮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투어는 잘하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선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선배 가이드는 멘트를 하지 않을 때에도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는 사용하는 단어와 말 속도에서 배려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선배를 동경하는 마음은 선배처럼 투어를 하는 저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바르셀로나 골목길을 걸으며 정성껏 손님을 안내하던 선배의 이미지가 저의 이미지로 겹쳐 보였습니다.


선배처럼 손님을 향한 존중과 배려가 투어에서 배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훈련했습니다. 저와 잘 맞지 않는 불편한 손님을 만날 때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선배의 공손한 태도를 늘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았던 선배처럼 되고 싶었기에 손님의 니즈를 맞추어서 진행하였습니다.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손님과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하루를 잘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동경을 동경하는 마음은 1500일 동안 이어졌고, 그 시간들을 통해 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 지역을 투어 하는 베테랑 가이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선배 가이드들이 있었지만, 저는 좋은 말과 좋은 태도를 가진 선배의 곁에서 훈련했습니다. 그래서 선배처럼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좋은 말과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을 가까이합니다. 그 사람의 언어가 그 사람의 전부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언어 습관은 그가 살아온 인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말과 글과 삶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하는 말,

그가 쓰는 글은

그의 삶으로 드러납니다.


말은 인격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어쩌면 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함부로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자세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말을 잘하고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말로써, 글로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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