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았다.
우둘투둘한 돌들에 미끄러지지 않게 보폭을 좁히며 해물밥집을 찾았다.
"여기 같은데"
멈추어선 그곳에는 오래된 낡은 집이 보였다.
낡아 보이는 외관 가는 달리 창문에 비친 내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코 끝을 스치는 맛있는 향기가 느껴졌다.
"몇 명이세요?"
"한 명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웨이터는 새하얀 머리와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멋지게 늙고 싶다."
새하얀 머리가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멋있어 보였다. 중후한 매력이 그의 미소 때문인지 더 깊게 느껴졌다.
그가 두고 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보았다. 둥근 항아리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국자로 퍼서 접시에 옮긴 음식에는 조개, 새우, 문어, 랍스터등이 보였다. 그리고 반가운 쌀도 보였다.
"메뉴 정했니?"
"저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 뭐야?"
"해물밥이야."
문을 열고 레스토랑에 들어온 순간부터 코끝을 자극했던 정체가 해물밥이었다. 망설임 없이 해물밥을 주문하였다.
20분이 지나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둥근 항아리가 내 곁에 왔다.
토마토의 상큼함과 해산물의 바다향이 식탁으로 배달 온 느낌이 들었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국자로 퍼서 접시에 옮겼다.
"쩝쩝, 우걱우걱"
말도 안 되게 신선한 해산물이 토마토를 만나 시원하고 짭조름하고 상큼한 맛을 연출하였다. 솔직히 글로 써지지 않을 만큼 생경한 경험이었다.
스페인에 살며 빠에야를 먹어 보았기에, 비슷할 거라고 예상하였는데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해물밥이 더 취향에 맞았다.
스페인에서 먹었던 랍스터국물빠에야 보다 해물밥이 훨씬 더 맛있었다.
"아 리스본이 내 인생 여행지가 될 수 있겠는데..."
"음식 맛은 어때?"
"스페인 음식보다 훨씬 맛있어!"
푸른 눈동자의 웨이터는 엄지 척을 내게 보내며 수줍게 웃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기에 내 말이 그에게 더 닿지 않았을까.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이게 뭔데"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야"
"나 술 못 마셔..."
"이거 거의 도수 없는 거야."
도수가 거의 없다고 말하며 강하게 추천하는 그를 더 이상 밀어낼 수 없었다. 계속 나만 바라보고 있기에 어색하게 잔을 들어 한 모금 움켜 넣었다.
"달콤하고 맛있는데"
도수가 없다고 말한 웨이터의 말이 사실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남은 잔에 와인을 마저 삼켰다.
"이건 널 위한 팁이야"
음식을 먹어서 기분이 좋아진 건지, 선물로 받은 와인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알 수없었다. 다만 기분이 좋아진 건 사 실 이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팁을 건네고 레스토랑 문밖을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집이 벨렝지구에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사물이 흔들려 보였다.
반듯하게 걷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뭐지, 설마 취한 건가?"
얼마 먹지 않았지만 술은 술이었다.
"이래서 안 먹으려고 했는데..."
하얀 백발머리에 푸른 눈동자에 웨이터가 떠올랐다. 중후한 멋이 느껴졌던 아조씨.
아조씨 덕분에 리스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흔들리는 리스본, 초점 없는 리스본, 두 개의 집이 겹쳐 보이는 리스본이 잊히지 않는다.
그 울렁거림과 비틀거리는 상황 속에서도 코메르시우 광장을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먹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