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마주하다 보면, 참 다양한 반응에 놀라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어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여 마음을 담아 간식을 나누어주었죠.
그런데, 반응이 참 달랐습니다.
한 아이는 환한 얼굴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간식을 받았고, 또 다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제 손에서 간식을 빼앗듯 가져갔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띵'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말했죠.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참 좋겠다."
아이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문득, 예전 스페인 가이드로 일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투어를 하던 날이었죠.
대부분의 손님들이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었는데, 한 분은 자꾸 설명과 무관한 곳으로 향하며 사진을 찍고 다니셨습니다.
"선생님, 그쪽으로 가시면 안 돼요!"
"선생님, 사진촬영은 금지입니다!"
몇 번이고 정중하게 말씀드렸지만, 소용이 없었죠. 그 손님 때문에 투어가 흐트러질 즈음, 로컬 가이드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아론, 손님들 데리고 먼저 투어해. 저 손님은 내가 안내할게.”
그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온전히 투어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날은 유독 많은 분들께 따뜻한 후기를 받았습니다.
“파블로, 너 덕분에 투어를 잘 마칠 수 있었어. 커피 한잔 어때?”
“아론, 네가 훌륭하게 해낸 거야.”
프라도 미술관 카페에서, 빠블로와 마주 앉아 나누었던 커피 한 잔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었습니다. 어쩌면 피로를 씻어준 것은 커피가 아니라 빠블로의 따뜻한 말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기억이, 말없이 간식을 가져간 아이를 보며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아이에게 몰래 간식을 하나 더 건넸습니다.
역시나 그 아이는 저와 눈을 마주치며,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습니다. 한 아이에게는 무관심과 무례를, 다른 아이에게는 예의와 다정함을 받았습니다.
두 아이를 바라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과연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일까?"
혹시 무심하게 던진 말들이 내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오늘은 가족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기 위해 이곳에 글로 남깁니다.
“고마워.”
“사랑해.”
“수고했어.”
이런 말들이 매일 반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