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 아무래도 아가도 날 사랑하는 것 같다
엄마가 아기를 사랑한다는 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요새 보몃 아가도 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
태어난 지 110일. 아가는 이제 제법 나와 눈을 맞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아가 자리를 돌아보면 먼저 깨서 나를 빤히 보고 있다가 방긋 웃어 보이고, 내가 짓궂은 표정이라도 지어주면 까르르 돌고래 소리를 내며 웃기도 한다. 젖 먹일 때는 중간중간 눈을 치켜뜨며 내 존재를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외할머니 품에 안겨 있을 때는 날 찾는 듯이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누구든 날 보며 웃는 아가의 눈빛을 본다면 이걸 '사랑'으로 밖에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아기와 함께 있는 나는 씻지도 못해 꾀죄죄하고 세상사와도 멀어진 못난 모습인데, 우리 아가는 아무런 편견 없이 나를 엄마라는 이유로 사랑해 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채로 이렇게 날 사랑해주는 아가의 모습은 꼭 아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내 모습 같다. 아니 오히려 아가가 남들 눈에도 예뻐 보였으면 싶어 이것저것 꾸며주기 바쁜 나보다 오히려 아기의 사랑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아가와 엄마의 사랑은 수많은 사랑의 유형 중에서도 유독 기적에 가깝다. 엄마인 나는 아가가 세포 수준일 때부터 그 존재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태어난 직후 유리창 너머로 아기를 본 순간부터 이 작은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평소 첫눈에 반한다는 표현을 믿지 않는 나였지만 갓 태어난 아가와의 첫 만남은 첫눈에 반하는 것, 그 자체였다.
아가의 사랑도 마찬가지로 기적이다. 아가는 자신이 어떤 부모를 만나게 되었는지 알기도 전부터 그저 자신을 향한 온기 가득한 그 존재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보다 멋진 엄마들도 많을 텐데, 아가는 유독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만 방긋방긋 웃어주며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섣불리 나를 사랑해버린 이 무해하고 유약한 존재를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가끔 스스로에게 실망하여 나같은 사람이 감히 이 보물 같은 아가를 키울 자격이 되나 울적해지기라도 할 때면, 아가는 무해한 미소와 포옹으로 내게 용기를 준다. 아기는 말 한마디 없이도 온몸으로 사랑을 말해준다. 어쩌면 아가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타고난 사랑꾼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아가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아가는 엄마를 왜 사랑해?
맛있는 밥을 주니까, 날 행복하게 해 주니까 등등 무슨 대답이든 상관없지만, 그저 "엄마니까"라고 해맑게 대답해 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엄마와 아기라는 이름만으로도 사랑이 성립되는 우리의 관계. 오늘 하루도 이 기적을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