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페지오 Mar 24. 2023

에코이즘에서 벗어나기

새해가 되고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은퇴한 지 일 년이나 지났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고 기타 연주도 하고 평소에 소망하던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시도만 하다가 흐지부지된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속상한 마음은 자책으로 이어져서 게으른 나 자신을 탓하고 또 탓했다.


하루 24시간을 소중히 보내지 못하고 목표한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싫어졌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닌데 성취한 것도 하나도 없는 것 같이 느껴져서 우울의 늪에 빠져버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곤 했다. 남보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항상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조바심을 내며 살았다.

그런 내 성격이 은퇴 후의 삶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저 즐기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되는데 문득문득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면서 게으른 나 자신을 탓하곤 했다.


더 주저앉기 전에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 명랑한 그녀는 근황을 물어보면서 나의 모든 일상을 칭찬해 주었다.


매일 운동을 한다고 했더니 대단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해 가며 칭찬해 주었. 

글을 쓰고 있다고 했더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다.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했더니 십 대의 꿈을 다시 이루어가는 내가 대견하다고 했다.




에코이즘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의 반대 개념으로 자기애적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말한다. 에코이스트들은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서 자신이 중심에 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탓을 하는 등 유독 자신에게만 엄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갈등이 생기는 것을 싫어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를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 화들짝 놀랐다.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왜 그리 손해를 감수하며 살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제대로 따지지 못했던 나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그 힘든 회사를 벗어난 이후에도 에코이즘 성향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난 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나를 평가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으니 자신에게는 좀 더 너그러워져야겠다.

이제부터 하루에 한 번씩 나를 칭찬해 주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에코이즘에서 벗어나서 나의 시간을 온전히 즐겨보려 한다.


추신 : 글을 쓰지 못하고 우울의 수렁에 빠져있던 몇 달 동안 변하지 않던 숫자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193명의 구독자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했고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에게나 적절한 소비는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