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시작하고 난 후 정말 바쁘게 지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교재를 보고 또 봤다. 관련 서적도 읽어보고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까지 들어보면서 강의 준비를 하려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핀잔을 줬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강단에 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보여 줄 자료도 찾고 케케묵은 강의 자료도 다시 만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래된 내용이고 새롭게 추가할 것이 없다고 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재밌게 가르치고 싶었다. 나와 함께 보내는 한 학기라는 시간이 쓸모없는 것이 되지 않기 바랐다.
같은 내용을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나을지, 저렇게 설명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 강단에 섰다. 학생들에겐 그저 한 시간의 수업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치열한 고민 끝에 완성된 한 시간이었다.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제대로 된 강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생활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책에 파묻혀서 공부만 하고 강의만 생각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
종강이 코 앞으로 다가 온 어느 날, 학교 근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 내내 쳇바퀴 돌듯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했지만 커피 한 잔 마실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학창 시절 나의 단골집들은 다 사라졌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주인장이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 같았다. 내가 고른 커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고 원두의 향까지 맡아보게 해 주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따뜻한 커피를 받아서 학교 안 벤치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학창 시절 나의 단골집들은 다 사라졌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주인장이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 같았다. 내가 고른 커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고 원두의 향까지 맡아보게 해 주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따뜻한 커피를 받아서 학교 안 벤치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날의 커피는 세계 곳곳의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마셨던 그 어느 커피보다 더 맛있었다. 꿀 같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름다운 교내 풍경도 눈에 담은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사람을 강사로 고용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해 보니 나쁜 점보다 좋은 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젊은 시절에 강사를 했더라면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듬어 주지 못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십의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연륜이 생겼다. 아들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학생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다가가니 그들도 나를 잘 따르는 것이 느껴진다.
보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한다. 지금 나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와 보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듯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나이가 들어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