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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Aug 03. 2023

늑대의 탈을 쓴 양, 양 차장

양 차장은 지사에서 가장 오래 근속한 원이었다. 지사가 생길 때부터 근무했던  차장은 모든 부서의 업무를 꿰고 있었고 신입 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오리엔테이션과 업무분장을 도맡아서 했다. 엄연히 지사장이 따로 있었고 그의 담당 업무는 영업이었지만 그는 지사의 모든 에 관여하였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점점 직원 수가 늘어나게 되자 양 차장은 더욱더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는 강압적인 태도로 모든 직원을 대했으며 직원들을 자신의 부하 직원처럼 부렸다. 지사가 초고속으로 성장하던 시기라 부서별 업무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직원들 모두 양 차장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양 차장의 이런 만행은 지속되었다.


최대치의 능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몰아세워야 한다고 믿는 지사장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였다. 양 차장의 행패와 닦달로 인해 직원들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양 차장 덕분에 자신이 악역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라 생각했다.

 

지사장의 비호 아래 양 차장은 폭군처럼 군림하였다. 오퍼레이션 의 김 대리는 양 차장이 시킨 일을 하느라 매일 야근을 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업무가 아니었다는 것을 퇴사한 후에야 알았다. 마케팅 의 정 대리는 매출 데이터를 정리하느라 주말에도 출근했지만 그것이 양 차장의 업무였다는 것을 입사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간혹 회사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달리 호소를 할 데가 없었다. 회사의 모든 업무분장을 양 차장이 담당했고 지사 전체가 양 차장의 지시로 움직였기에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그의 행패를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났지만 다시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도 지사의 상황은 비슷했다. 경력 사원이었지만 나 역시 양 차장에게 의존하며 업무를 배워야 했고 어느덧 그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양 차장 휘하에서 휘둘리며 지내다가 그와 함께 고객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고객사로 가는 내내 양 차장은 고객사에서는 이런 행동은 하지 마라, 저런 말은 하지 말라며 내게 훈계를 했다. 입사 후 처음으로 고객사 방문을 하는 나는 긴장한 채 그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런데 막상 고객사에 도착해서 회의실에 들어서자 양 차장은 고객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은 간데없이 그저 쩔쩔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미팅의 주도권은 내게 넘어왔고 고객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양 차장은 내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양 차장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무지에 대해 타박을 하고 군림하던 양 차장은 사실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었다. 회사에 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그를 믿고 따랐는데 그에게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양 차장의 실체를 알게 된 후 나는 더 이상 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그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했다. 양 차장이 다른 직원을 괴롭히거나 자신의 업무를 남에게 떠밀려고 하면 나는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날까 봐 긴장한 양 차장은 이제 다른 사람들도 괴롭히지 못했다. 회사에 껄끄러운 존재가 생기자 그는 외근을 핑계로 밖으로 돌았다. 그렇게 우리 회사는 평화를 찾았고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양 차장에 대해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료를 만나서 양 차장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나의 두 번째 회사였던 S사에 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숨어 지내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고속 성장했고 그를 비호해 주던 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직원들은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특별한 능력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그는 조용히 회사에서 숨어 지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나의 동료는 몇 년 전에 양 차장이 와이프와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그토록 강압적으로 굴던 양 차장은 와이프 앞에서는 늑대 앞의 양처럼 변했다. 수화기 너머로 와이프가 언성을 높이자 굽신거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통화를 하면서 굽신거리다니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만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양 차장의 비굴한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는 양 차장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보았던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과 오버랩이 되었다. 회사에는 유독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고객이건 동료이건 간에 약자라고 판단이 되면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괴롭혔다. 그러나 상대방이 강자라고 판단되는 순간 꼬리를 내리고 순한 양으로 돌변하였다. 너무 순식간에 사람이 변해서 놀랄 정도였지만 마치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들의 변신술은 대단했다.  


참 이상하게도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무서운(당사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배우자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무서워했고 두려워했다. 와이프 혹은 남편의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지면서 태도가 돌변하였다. 심지어  배우자가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25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관찰해 본 결과 나는 그들이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회사에서 푸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대체 결혼 생활에서 어떻게 그런 갑을 관계가 형성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가정에서 을 중에 을이었고 그에 대한 분풀이로 회사에서 직원들을 괴롭히고 독재자 행세를 했던 것이다. 가정에서의 역할을 바뀌서 하면서 쾌감을 느꼈던 것일까. 회사에서 독재자처럼, 폭군처럼 행세하는 그들 얼굴에는 가끔씩 일종의 쾌감 같은 것이 보였다.


세상의 모든 양 차장에게 말한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며 만약 당신의 배우자가 당신에게 하는 행동이 부당하다면 당신은 가정을 떠나야 한다. 집에서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회사는 당신의 감정을 분풀이하는 곳이 아니다. 권력과 지식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당장 당신의 일과 가정을 분리하기 바란다.



양 차장 유형의 또라이 대처 방법


이런 류의 또라이에게는 절대 약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된다. 처음부터 얕보일 행동을 하지 말고 철저히 무장한 채 그를 대하라. 약자라고 판명되는 순간 당신은 교묘한 방법으로 이용당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강자라고 판단되면 그는 절대 당신을 건드리지 않는다. 약육강식의 논리만 통하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질 것. 그것이 양 차장과 같은 또라이에게 대처하는 방법이다.  






표지 이미지는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사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요즘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데 재미있네요. 기회가 되면 이런 내용도 글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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