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부터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불면증이 심할 때는 두세 시간 겨우 눈을 붙이고 간신히 회사에 출근해서 힘겹게 버티곤 했다.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하니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업무 시간을 버텨냈고 그로 인해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악순환이 계속되곤 했다.
불면증 초기에는 좋다는 약도 먹어보고 클리닉도 다녀보고 불면증을 고치려고 안달하며 살았다. 커피를 몇 달 동안 끊어보기도 했고 숙면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기도 했다. 그런데 클리닉에 가서 거금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아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음식을 찾아 먹어도 불면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불면증을 고쳐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실패한 후에 불면증을 나의 친구로 생각하기로 했다. 불면증이 찾아올 때마다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구나, 무언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면증과 몇 년 동안 친구로 살아왔지만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기본적인 수면 시간조차 채우지 못하면 몸이 상하고 신경이 예민해지고 별 것 아닌 일에도 날카롭게 반응하게 된다. 식욕도 없어지고 짜증도 많이 난다.
일주일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힘들어하고 몸무게도 2,3킬로가 빠지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남편은 말한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진작에 그만뒀어야 했는데 버티고 있어서 내 몸이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는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푹 쉬었다. 이메일도 보지 않고 회사 생각도 하지 않고 쉬려고 했는데 누워 있어도 정신이 너무 맑고 나를 괴롭혔던 회사 동료와 일들이 생각나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일을 하지 않고 누워서 쉬었더니 몸은 훨씬 나아졌다. 일주일 내내 나를 괴롭히던 혓바늘이 들어간 걸 보면 휴가를 내길 잘한 것 같다.
직장생활은 고되고 힘들다. 월급은 절대로 거저 받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직장인들이 피눈물을 삼키며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스트레스로 건강을 다 해치고 나면 되돌릴 수 없기에 나의 마지노선은 지켜야 하는데 그게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참을 수 없는 상태까지 온 건지, 조금 더 버텨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마음속으로 은퇴 날짜를 정해놓고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는 지금에도 그 날짜를 애써 지킬 필요가 있는지, 그냥 지금 당장 그만 두면 안될지 고민하고 있다.
내가 조금만 더 무뎌졌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만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만 덜 상처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