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서 헤매곤 한다. 해외 출장을 가서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녔다.
이렇게 이십 년 넘게 커피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커피 메뉴 별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 리스트가 생겼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취향임을 밝힌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커피는 타르틴 베이커리의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테이다. 1999년 미국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샌프란시스코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샌프란시스코 출장을갔고 현지 친구들이 생기다 보니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장 많이 가 본 도시이기도 하고 친구들이 살고 있어서인지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제2의 고향과 같다. 코로나 때문에 출장도 못 가고 여행도 못 가기에 가끔씩 샌프란시스코 향수병이 도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타르틴 베이커리에 간다.
타르틴 베이커리가 서울에 생기자미자빵을 먹으러 갔다가아메리카노를마셔본 후놀랐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커피 맛이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서울에서 맛본 커피는 너무 훌륭했다.
타르틴의 아메리카노는 진하고 크리마가 풍부하다. 타르틴에서항상아메리카노만마시다가 아들의 추천으로 아이스 라테를 먹어본 후 아이스 라테에도빠져버렸다. 나는스타벅스 라테처럼 우유가 많이 들어간 밍밍한 라테를싫어한다.아이스 라테의 경우 얼음이 녹으면싱거워져서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타르틴의 아이스 라테는 우유와 얼음과 커피의 비율이 어쩌면 그렇게 완벽할 수 있는지 한번 마시곤 홀딱 반해버렸다. 항상 같은 비율의 완벽한 아이스 라테를 제공하는 걸 보면 커피에 대한 원칙과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타르틴 베이커리의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테
두 번째 메뉴는 판교 그래비티 카페의 롱 블랙과 카페 라테(Hot)이다. 그래비티는판교 유스페이스 2 건물 일층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 근교 직장인들에게는 입소문이 나서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북적이는 곳이다. 판교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리뷰가 있던데 나는 이 분의 리뷰에 공감한다. 게다가 커피 값까지 착해서 3000원에 롱 블랙, 3500원에 라테를 마실 수 있다. 아메리카노와 라테에 에스프레소 three 샷을 넣는다고 하던데 정신 차리고 싶은 월요일 아침에 딱 어울린다. 롱 블랙의 진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일반 커피보다 500원이 더 비싼 다크 롱 블랙과 라테를 즐겨 먹는다.
그래비티의 다크 롱 블랙 라테
세 번째 메뉴는 이코복스의 아이스 카푸치노이다. 이곳은 이태원에서 영업을 시작해서 여러 곳에 지점을 낸 카페인데 사무실 근처에 있어서 자주 갔다. 평소에 아이스커피는 잘 마시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신다. 곱게 간 얼음과 에스프레소와 차가운 우유 폼의 조화가 정말 완벽하고 비주얼도 너무 이뻐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양이 너무 적은 것이 흠이긴 한데 평일 오전에는 할인이 되어서 그나마용서가 된다. 출근하면서 이코복스의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시는 것은 나만의 리츄얼이었다. 요즘은 재택근무로 이코복스를 가지 못하니 이코복스의 아이스 카푸치노가 그립다.
이코복스의 아이스 카푸치노
네 번째 메뉴는 인텔리젠시아의 아포가토이다. 인텔리젠시아라는 곳은 LA 출장을 가서처음 알게 되었는데 LA에는 커피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유명한 카페들이 많았다. 특히 인텔리젠시아 커피는 미국 3대 커피라고 해서 꼭 먹어보고 싶었다. 카페 위치를 검색해 보았더니 호텔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출장 마지막 날에 우버를 타고갔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원두 몇 봉지를 사 왔고 한국에도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판교 현대 백화점이 오픈할 때 소원이 이루어졌다.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이스팀(Esteem)이라는 카페에서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문을 열자마자 달려갔다. 평소에는 라테나 아메리카노를 즐기지만 나만의 메뉴에는 인텔리젠시아의 아포가토를 올리고 싶다. 이곳의 아포가토는 특별하기 때문이다. 통상 아포가토에는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던데 여기는 특별한 아이스크림을 사용하는 것 같다.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은 것 같은 크리미한 아이스크림은 에스프레소와 어우러지면 정말 멋지게 변한다. 대부분의아포가토는 처음에는 맛있다가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맛이 없어져서 반이상 남기곤 했는데 이곳의 아포가토는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 양이 많으니 두 명이 나눠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인텔리젠시아의 아포가토를 한번 먹어본 후에는 아포가토는 다른 곳에서 먹지 않는다. 물론 인텔리젠시아의 아메리카노와 라테도 훌륭하니 커피 애호가라면 꼭 한번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국 인텔리젠시아에서는 슈트라우스 유기농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용한다던데 한국도 동일한 아이스크림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이스팀의 아메리카노와 아포가토
코로나 때문에 카페도 많이 힘들다고 하던데 내가 사랑하는 카페들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 혹은 좋아하는 식당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려서 테이크아웃을 하곤 한다. 내가 먹는 커피 한 잔과 일 인분의 식사가 그리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이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