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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Oct 20. 2022

모든 불면증에는 이유가 있다

요즘 다시 불면증으로 고생 중이다. 십여 년 넘게 불면증으로 고생하다 보니 이력이 나서 불면증이 찾아와도 겁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불면증의 방문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불면증 초기에는 책도 많이 읽고 수면 클리닉에도 다녀보았다. 증상이 심할 때는 수면제도 처방받아봤는데 수면제를 먹고 자면 이상하게 개운하지가 않았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고 약을 먹고 시체처럼 쓰러져 자는 느낌이 싫어서 될 수 있으면 수면제는 먹지 않으려고 한다.

   

불면증 때문에 수면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렘수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렘수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렘수면 주기의 뇌파는 깨어있을 때와 유사하기 때문에 잠에서 깨기가 훨씬 쉽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B%A0%98%EC%88%98%EB%A9%B4) 

불면증이 심할 때는 핸드폰 알람을 렘수면 주기에 맞추어 놓고 기상한다. 서너 시간밖에 못 잘 때 렘수면 주기에 맞춰 일어나면 훨씬 덜 힘든 것을 보면 수면에 대한 공부가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수면 클리닉도 다녀봤고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108배도 해보았다. 내 경우에 수면 클리닉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108배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고 신체 운동의 효과도 있어서 숙면에 도움이 되었다.

사실 불면증이 있을 때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도 힘들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운동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내 경우에는 108배를 하고 잠을 청하는 방법이 꽤 효과가 있었는데 꼭 108배가 아니더라도 약한 운동을 해서 몸을 나른하게 만들고 두세 시간 후에 누우서너 시간 정도는 잘 수 있었다. 주의할 점은 잠들기 서너 시간, 최소 두세 시간 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격한 운동은 각성 효과가 있어서 불면증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으니 가벼운 운동을 추천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이 생긴 것 같아서 심리학 책도 많이 읽었는데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불면증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불면증이 오면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도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맴돈다. 힘든 결정을 해야 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니 계속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지만 꿈속에서도 나타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생각들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채 두세 시간 혹은 서너 시간 만에 잠이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불면증을 고치려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의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데 이것들은 단순히 해결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번민으로 인해 생긴 나의 불면증은 수면 클리닉을 다니고, 수면제를 먹고, 불면증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든지 문제의 원인이 해결되어야 사라지곤 다.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으면 몸에 탈부터 나는 예민한 내가 십여 년 넘게 불면증으로 고생하며 찾은 방법은 불면증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불면증이 찾아오면 인사를 건넨 후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가만히 누워서 생각을 정리해보거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면 나를 괴롭히고 있는 난제가 보인다. 일단 원인을 찾고 나면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불면증을 유발하는 난제들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이거나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고 나면 불면증은 거짓말같이 사라진다.


이번에 다시 찾아온 불면의 원인은 이미 알고 있다. 은퇴 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은퇴 비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계획을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고 그러한 지출이 부모님에 관련된 것이라 달리 해결 방법이 없다.  


새벽 세 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이니 조급해하지 고 기다리려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창 밖을 보면 새벽녘에 항상 불이 켜 있는 집이 있다.

그들도 나처럼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인, 아니면 벌써 일어난 것인지, 그들은 이 고요한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차를 내린다.


모든 불면증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이유도,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이유도

시간이 흘러서 조금씩 사그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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