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불면증으로 고생 중이다. 십여 년 넘게 불면증으로 고생하다 보니 이력이 나서 불면증이 찾아와도 겁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불면증의 방문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불면증 초기 시절에는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수면 클리닉에도 다녀보았다. 불면증 증상이 심할 때는 수면제도 처방받아봤는데 수면제를 먹고 자면 이상하게 개운하지가 않았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고 약을 먹고 시체처럼 쓰러져 자는 느낌이 싫어서 될 수 있으면 수면제는 먹지 않으려고 한다.
불면증 때문에 수면에 대한 책을 읽다가 렘수면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렘수면 주기의 뇌파는 깨어있을 때의 뇌파와 유사하기 때문에 잠에서 깨기가 훨씬 쉽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B%A0%98%EC%88%98%EB%A9%B4) 그래서 불면증이 심할 때는 핸드폰 알람을 렘수면 주기에 맞추어 놓고 기상한다. 서너 시간밖에 못 자더라도 렘수면 주기에 맞춰 일어나면 훨씬 덜 힘들었다. 수면에 대한 공부가 불면증과 잘 지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수면 클리닉도 다녀봤고 108배도 해보았다. 내 경우에 수면 클리닉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108배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고 신체 운동의 효과도 있어서 숙면에 도움이 되었다.
사실 불면증이 있을 때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도 힘들어서 운동을 하기 어렵지만 운동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경험상 108배를 하고 잠을 청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데 꼭 108배가 아니더라도 중강도의 운동을 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숙면을 할 수 있었다. 주의할 점은 잠들기 서너 시간, 최소 두 시간 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격한 운동은 각성 효과가 있어서 불면증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으니 가벼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이 생긴 것 같아서 심리학 책도 많이 읽었는데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불면증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불면증이 오면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도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맴돈다. 힘든 결정을 해야 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니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다.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지만 꿈속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이 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불면증을 고치려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번민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의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데 이것들은 단순히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번민으로 인해 생긴 나의 불면증은 수면 클리닉을 다니고수면제를 먹고 불면증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든지 문제의 원인이 해결되어야 사라지곤 했다.
이번에 다시 찾아온 불면의 원인은 이미 알고 있다. 은퇴 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은퇴 비용에 대해서 철저히 계획을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고 지출의 원인이 부모님이라서 뽀쪽한 해결 방법이 없다.
새벽 세 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려고 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새벽에 창 밖을 바라보면 항상 불이 켜 있는 집 몇 채가 있다.
그들도 나처럼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벌써 일어난 것일까? 그들은 이 고요한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