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다. 따뜻한 햇볕 찾아 배 깔고 퍼져 눕는 고양이처럼 햇볕에 얼굴을 말리고 있다. 해에게로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감고 광합성중이다.
집에만 있는 나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거 같았다. 저녁에 그는 장을 봐서 귀가한다. 집밖에 안 나가는 내가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는 아직 차맛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덜 안정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이사한 후 집이 멀어졌다. 쉬는 김에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은 쉰다. 일요일은 그야말로 멍하게 지낸다. 온몸이 노곤하여 꼼짝도 하기 싫어진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조금 정신이 돌아와 햇볕을 좇아서 세수안한 꾀죄죄한 얼굴을 말린다. 햇볕이 따뜻하니 좋다. 찻물을 올려놓고 끄적인다. 햇살이 비치는 바닥에 먼지가 보인다. 청소기라도 돌려야 할 모양이다. 몇 주 동안은 틈틈이 정리하였다. 지금은 정리된 것들을 다시 방치한 후 공간과 내가 따로 놀고 있다. 그렇구나... 아직 마음이 집으로 이사 오지를 못했어. 그럼에도 몸은 집에 오면 편한 것을 먼저 알아서 히키코모리를 자행하고 있어. 사람은 자기 몸 움직이기 귀찮을 때 잔소리가 느는 법인가보다. 그런데 정말 편해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일까? 뭔가 편하지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정신의 산란함이 원인이다. 이사 후 집이 안정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 어떤 한 가지 물건이라도 제자리를 찾아 어울리게 있으려면, 시간 속에서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쉰다는 것은 어쩌면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산만함은 어쩐지 어색하다. 정리했다하여 정리된 게 아니다. 집안에 자신의 느낌이 투사되어 분위기가 잡혀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어색하다. 날것의 황량함이 떠돈다. 어색함은 시간이 중화시켜줘야 한다. 시간이 그림을 그린다. 시간이 각자의 물건들 자리를 찾아준다.
어젯밤에는 보름달이 내 정수리 위에 일직선으로 떠 있더라. 달 어디로 갔을까? 뱅뱅 돌며 찾다가 깜짝 놀랐다. 거기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