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씨앗의 갓털
박주가리 씨앗 날리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모형 선들 같았지요.
그 자체로 하나의 구조물이구나! 싶었지요.
이 씨앗 구조물을 쌓아보았어요.
씨앗에 붙어 있는 촉수처럼 기다란 갓털들이 서로를 지탱하면서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 거리가 씨앗의 지지대 역할을 해주지요. 씨앗이 머리가 되고 수염처럼 보이는 털은 몸통이자 날개가 되어 멀리멀리 비행할 수 있는 구조인데 바람 따라 어디든 흩뿌려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네요. 낙하산 모형 같기도 하여 씨앗이 땅에 떨어질 때 다치지 않고 착지할 수 있고 게다가 씨앗은 방향키 역할도 되겠네요. 씨앗에 붙어 있는 갓털들은 씨앗을 보호하는 역할이니까 그 자체로는 씨앗보다 무겁지 않겠지요. 무게를 거의 갖지 않으면 가벼운 바람에도 흩날릴 수 있지요. 열매의 껍질이 툭 터지며 씨앗이 분사할 때의 모습. 자유낙하 하듯이 공중에 차례로 흩뿌려지더군요. 그 풍경은 커다란 비행선에서 작은 비행선들이 촤르륵 사방으로 퍼지는 것처럼 보이고요. 공중에 뜬 채로 계속 부유하며 날아가거나 바람이 잦아들거나 혹은 최초로 떠 있게 하던 바람 에너지가 다 하면 씨앗의 무게에 의해 아래로 살포시 내려앉게 되지요. 그때 완충 역할은 이 씨앗에 붙어 있는 기다란 갓털들이 하게 되는 거지요. 보솜한 갓털들 가닥의 방향은 원형 방사 형태로 뻗어 있어서 씨앗(핵)을 보호하는 구조라서 씨앗이 다칠 염려는 없는 거 같아요.
씨앗의 멋진 비행 구조를 나는 찻잔에 가득 쌓아 보았어요. 갓털이 있어서 씨앗을 쌓을 수가 있었어요. 구조물로 쌓을 수 있는 씨앗은 아마도 박주가리 씨앗뿐일 거예요. 갓털은 삿갓 같은 모양이어서 혹은 가장자리에 돋은 기다란 털이라서 갓털일 수도 있지만 왠지 신의 털 같은 느낌적 느낌도 있네요. 갓털에 의해서 새로운 곳에 정착해 다시 새싹을 피우게 되니까요. 둥지를 이제 막 떠나는 아기 새들처럼 갓털은 그렇게 최초의 비상을 통해서 씨앗을 이동시킵니다.
당신에게도 갓털이 있겠지요. 보이지는 않겠지만요. 씨앗의 꼬리에서 돋아난 그 새하얀 갓털, 그렇게 우아한 날개를 활짝 펴는 순간, 당신을 어딘가로 옮기겠지요. 이제 당신은 어디에서 싹을 피우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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