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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ug 30. 2024

불투과성

밀바를 들었다



밀바를 들었다

소파에 앉아서 핸드로션을 발랐다

이제 가을 흉내를 내는 날씨로 바뀌는 동안

손을 씻고 나니

살짝 건조한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후에 일상 청소를 마친  어떤 정적이 렀다

그때 한가하게 돌아가는 선풍기에 눈길이 갔다

그 한가함을 닮고 싶어서

밀바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소파에 앉아서 로션을 손등에 비벼 바르는 것이다

밀바의 음성이 그대로 손등을 타고 스며오는 것 같았다

손등을 문지르며 창가로 갔다

마그리트적인 구름은 자주 모습을 바꾸지만

하늘빛에 묻어서 방출되는 짙은 청빛은 대로였다

그 짙은 청빛은 회색 안개와 섞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불투명한 하늘빛과

불투명한 밀바의 선율이 만났다

그 너머를 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불투과성만이 사람 안에 고즈넉하게 깔리며 들어오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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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바 #마크리트 #불투과성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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