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그 모든 것을 초월한다
이념도 사상도 철학도 사회도 가족도
오직 두 사람만 보이는 것
나머지는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그리하여 용기를 주지만
이내 현실이 보이면
주춤하여 무뎌지는 것
그러나 결코 그것은 무너지지 않는다
더 깊이 침잠하여 숨겨지기 때문이다
그 깊은 심연에 감추어둔 것을 누구라 하여 꺼낼 수 있겠는가
쓰린 한숨과 함께 다시 세상에 나올 그때까지
깊이깊이 감추어지는 것
태산보다 깊은 눈물만이 그 위에 출렁이고 있겠지
울지도 못하고 눈물은 심연 깊은 곳에 감춰진 사랑 위를 짓누르고 있겠지
사랑이 모든 것을 초월하지 않는다면
원수도 국경도 미움도 넘어서지 못했겠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도 없었겠지
그 많은 찬사와 한숨도 없었겠지
미운 것이 아니라 사랑이야
헤어진 것이 아니라 숨겨진 거야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슴에 깊이 새겨버린 거야
그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서로의 DNA에 각인시켜진 것이야
가슴이 서서히 녹아가도 그래서 오히려 선명해지는 것이야
‘그립다’라는 것을 깨달아버린 이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지
영혼의 만남은 늘 아프다는 것
영혼은 dna를 그리워 하지만 dna는
현실의 땅을 딛고만 설 수 있지
영혼을 다 충족시킬 수가 없어
일치되지 않은 시간은 그 자체로 형벌이지
이브가 사과를 먹었다면
그것은 너를 먹은 것이고 발견한 것과 같아
각인되어 버린 것은 결코 지워지지 않아
인간의 사랑은 그렇게 몸에 각인되어 유전된 거야
그것을 어떻게 박박 지울 수나 있겠어
그런데도 지워지도록 애를 쓰지
사랑 이후를 궁금해 하지만
사랑 이후는 우리의 호기심에서 멀어져야 해
지운다고 하여 지워지지 않고 잠재되어 계속 흐르기 때문이야
잠복된 기억이야
때가 되면 눈물의 무게를 뚫고서 수면 위로 상승하지
무의식 깊은 곳에 머물다가 금세 너의 의식을 점령해 버리지
그런 것이야
사랑이란
* * 사진은 헝가리 사진작가 Noell S. Oszv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