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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 같은 잔디를 밟다

막간 산책

by 아란도



텃밭은 모두 평평해졌다. 푸르던 시간이 저물고 이제 땅의 색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카펫 같은 잔디를 밟는다. 발바닥에 쿠션이 느껴진다. 겨울 잔디를 밟는 감촉이 작은 다랑이 논길 사이로 스며든다. 미나리꽝에는 얼음이 얼었고 다랑이 논은 흔적이 남았다.


눈... 과 겨울 색감만이 겨울을 드러낸다. 어제는 겨울비가 내렸고 겨울 온도를 지배하는 색감은 창백함이었다. 눈... 은 하얀빛으로 다 덮어서 평평하게 만들고 식물은 땅빛깔로 통일하여 평평하여 만들고 온도는 시린 창백함을 거울처럼 반사시키면서 평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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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텃밭 글을 여태 못 올렸다. 지난겨울은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도둑맞은 것처럼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도 무언가는 계속 지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몹시도 나는 불편했었는데, 지체 현상은 결국 지금도 나를 넘어서는 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일까? 지체된다는 것을 인간이 느낄 때의 감정은 밤하늘 보름달이나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심정일까. 내일은 하릴없이 보름달 망연하게 올려다 보아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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