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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임기자 Jan 11. 2022

목표가 있어야 안심하는 생물

목표는 나를 오히려 옥죈다. 하지만 목표 없이는 허망하다. 시간이 맹숭맹숭하게 흐르는 것 같고, 거기서 허무함을 느낀다. 그래서 또다시 목표를 갈구한다. 하지만 목표를 얻으면 중압감에 시달린다. 완벽주의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다. 어려서부터의 가정환경을 무척 중요시 여기는 나지만 아직 애는 없다. 앞으로 가질 계획도 없다. 가정환경 얘기를 꺼낸 이유는 목표 설정 의식이야 말로 나의 유년시절 가정환경이 만든 집착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걸 보고 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런 말을 정확히, 명확히 한 사람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여러 인물들의 교육철학이 나에게 투영되면서 이런 성향이 짙어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힘든 점이라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흥미롭고 도전적이며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유익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 완벽주의에서 나오는 폐해다. 목표를 두었으면 이뤄야 거나, 그 과정에서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나를 스스로 옥죈다. 그 과정이 유쾌하고 즐겁지 않은 이유다.


그것이 맹점이다. 목표를 잡을 수도, 안 잡을 수도 없는 처지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다. 일단은 좀 '놔야' 숨통이 트여 주변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일단 그런 상태가 유지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요즘 추진하고 있는 '내 빵집 차려 먹고 살기' 프로젝트의 시작은 제빵기능사 취득이다. 얼핏 들어선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것 같지만 일단은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자니 비용이 만만찮고, 국비 혜택을 보기 위해 카드 자격 심사 중이다.


설레고 즐거워야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 걱정병이 문제다. '걱정인형'을 내세운 모 보험사 로고송이 귓가에 맴돈다. 아무튼 나는 제빵학원에서 겪게 될 고초를 미리 걱정하는 중이다. 사실 '내 빵 집'을 갖게 되는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며 시작했지만, 어쩐지 과정을 더해갈수록 본격적으로 걱정이 앞선다. 모든 것을 제치고 앞선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일단 제빵학원은 일 4교시, 오후 내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일단 학원 체질이 잘 안 맞는다는 걸 아는 나 스스로가 이걸 즐겁게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 게다가 매일 진행해서 마치 입시학원 같은 스케줄을 약 두 달 가까이 진행한다. 40이 다 된 나이에 머리가 굳어 이게 될지...


빵을 먹기는 좋아하지만 만들기도 즐거울지, 사실 미리 '원데이 클래스' 같은 강의를 들으면서 체감해 보긴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먹는 것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먹는 것을 상상하면서 만들기가 안된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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