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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소설가의 공부

by 아르노

사람들은 종종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거야말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적어 두었는데,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읽은 책이 25권이었다. 사무실에서 구직 활동을 하며, 치과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식당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그러한 수많은 곳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도 읽었다. 정말 뭔가 간절히 배우고 싶다면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시내에서 놀면서 저녁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야구장에 갈 것인가? 아니면 평생 갈 수 있는 뭔가를 배울 것인가?


그 어떤 대학도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윤곽으로, 배우는 이들에게 방향과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런 사이사이에 종종 쉬면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그 후로도 그랬지만 그때는 책을 한 권씩 읽지 않고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빨리 각각의 책을 맛보고 싶어 참을 수 없었고, 한 권을 끝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이 그때까지 몰랐던 세계를 내 앞에 열어 줬고, 내가 읽지 않은 책을 보여 줬다.


의문이 생기려면 아는 게 있어야 한다.


작가란 그저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글을 쓰고, 주제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혹은 변칙적인 말로 표현하고,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다. 작가가 되려면 아주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데, 그건 오로지 글을 씀으로써, 자리에 앉아 타자기나 펜으로 그냥 씀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운 사람만이 자신의 무지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자신이 가진 지식의 한계와 앞으로 배워야 할 지식이 얼마나 방대한지 안다.


작가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디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느냐”다. 만약 그런 아이디어가 없다면 작가가 될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는 사방에 있다. 어느 일간지에건 몇 년 동안 글을 쓸 만큼 충분한 아이디어가 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 여행하는 방식, 사물을 생각하는 방식에서 말이다


아이디어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만 의미가 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꼭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그저 평소에 잘 보고 깊이 이해하고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드러내면 된다.


책 한 권 한 권이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줬고, 버스를 타고 가는 긴 시간 동안 종종 읽었던 내용을 되새겨 봤다.


나는 현장을 관리할 때는 매사를 빈틈없이 주시하면서 현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한 후에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같이 일해 온 팀을 갈라놓는 것이 위험한 조치라는 점도 배웠다. 득실을 따지자면 결국엔 손해였다.


작가는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작가는 그의 이야기가 펼쳐질 장소에 관해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뭐가 됐든 일단 쓰기 시작하라. 수도꼭지를 틀기 전까지 물은 흐르지 않는다. 앉아서 아무리 오랫동안 빈 종이를 노려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쓰기 시작해야 뭔가가 일어난다.


내 투고 비법은 원고를 우편으로 보내자마자 곧바로 다른 원고를 써서 보내는 것이었다. 출판사에 거절당할 때마다 또 다른 원고에 대한 기대로 마음을 달랬다. 너무나 많은 작가가 원고 하나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가 거절당하면 절망한다.


종종 선배 작가가 내 글쓰기를 도와주거나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도와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그냥 쓰면 된다. 그리고 누가 누굴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 내가 그랬듯이 각자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선원 선실, 합숙소, 호텔 방 등에서 펜과 뭔가 쓸 만한 것을 가지고 앉을 수만 있으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알게 된 점이 있다. 당신이 찾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알짜배기 정보를 건질 것이다.


성공이란 종종 안전, 그러니까 집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내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뜻한다. 내게 성공이란 딱 두 가지, 우리 가족의 안정된 생활과 영원한 방랑자인 내가 계속 공부하고 책을 살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작가란 지식의 샘에서 퍼올린 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존재다.


작가는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의 본질과 자신이 보는 것을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거나 혹은 무의식이 그를 위해 그런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작가다.


작가는 모두 이야기를 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기록은 우리가 이미 아는 탐험에 대한 것이다.


그 아이디어를 잘 표현한다면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질문하면, 그때 자세히 설명하면 된다.


나는 어딜 가든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짬이 날 때마다 읽었다. 종종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했는데, 손님이 몰리는 바쁜 시간을 피해 가서 커피 한 잔을 놓고 꽤 긴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내가 쓰게 될 책에 대해 메모를 하고, 지금 읽는 책에 대해 생각했다.


배움에 쉬운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에서 족쇄를 풀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자료를 받아 무의식이 그다음 단계를 맡도록 하는 방법을 배웠다. 창의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배운 것은 다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뭘 배워야 할지 모를 일은 결코 없다.


나는 항상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배경을 알기 위해 책을 읽었다.


광산에서 직접 일하면서 광산 불하 신청지를 평가하는 작업을 했던 경험 역시 내 소설의 배경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식은 돈과 같다. 지식이 가치가 있으려면 혼자만 알고 있을 게 아니라 널리 퍼뜨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양도 늘어나고 바라건대 가치도 커진다.


책은 문명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책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이 살아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과 부모에게 들은 몇 가지 이야기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나 교사는 살아 있을 때만 가르칠 수 있지만 좋은 책은 영원히 가르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모든 글은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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