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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by 아르노


언제나 지금 해야 하는 질문은, 지금 하지 않은 질문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빼놓은 질문, 너무 쉽거나 원론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서 건너뛰었던 질문들이 결국 나의 한계를, 나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찮은 질문일지라도 세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선 너머, 저 밤하늘의 별들 뒤에 있는 것에 대한 탐색에 맞닿아 있을 수 있다. 사유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질문이 선행해야 한다.



외부와 소통을 시도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예술 작업의 양면성을 모순이자 난관이 아닌 혼성적 물질 상태인 작품이 마주하는 정체성으로 두고, 이를 가능한 어떤 것으로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 아마도 작업의 과정일 것이다.


동시대의 소모품으로 쓰이기를 거부하고 시대의 요구에 다르게 응답하는 것, 다른 방식으로 가치 있는 삶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내가 미술을 하는 이유이다.



한 예술가의 역량은 가장 적은 물질에 가장 많은 정신을 깃들게 하는 데에 있다.


의미는 시간 안에서 만들어진다. 의미는 작품 너머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이 만들어 내는 것은 질문과 탐색으로 이어지는 시간 자체이다. 예술 작품의 가장 심오한 곳에서 시간과 의미는 구별되지 않는다. 작품이 감상을 통해 그것의 의미가 풀려나올 때, 그것은 기존의 일상과 다른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본질은 시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전개하는 것으로서 존재한다.


보리스 그로이스는 자신의 책에서 '예술가는 더 이상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생산물을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뒤샹이 변기를 가져다가 미술품이라고 서명해서 내놓은 것이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일지라도 그 일이 반복되면 의미가 탈각되고 결국 무의미로 수렴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단순한 일의 반복이 뜻밖의 의미를 만드는 원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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