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실 한쪽 방에는 싸구려 교재용 악기가 놓여있기도 했는데 아무도 시키지 않았으나 그 방으로 들어가 악기들을 하나씩 닦기도 했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한다는 게 제법 나다운 일이란 걸 그때 알았다. 행복은 문지르고 문지르면 광채가 났다.
나는 물들기 쉬운 사람, 많은 색깔에 물들었으며 많은 색깔을 버리기도 했다. 내 것인 듯하며 껴안았고 내 것이 아닌걸 같아 지워 없애거나, 곧 다른 색으로 이사가 기도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가로등은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하고, 그림자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든다.
세상의 경계에 서보지 않는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가져다줄 게 없다.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