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너무 믿지 마"
몇 번 오가면서 눈인사만 건네었던 오피스텔 경비원 할아버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지금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이 오피스텔에는 총 2명의 경비원 할아버지분들이 계신다.
한 분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늘 웃으시는 분, 그리고 다른 한분은 늘 화가 나있는 분이었다.
친구가 놀러 오는 날이면 나는 늘 경비원 할아버지에게 주차권을 받으러 간다.
오늘 친구가 놀러 와 나는 주차권을 받으러 갔다.
화가 나있는 경비원 할아버지라면 주차권을 받을 때, 아무 이유 없이 혼이 나기에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웃으시는 그분이어라'
오늘은 그분이 계셨다.
장부에 차번호와 지금 살고 있는 호수를 쓰고, 24시간 주차권 하나를 요청드렸다.
그럼 인상 좋으신 그분은 늘 아무 말 없이 24시간 티켓 한 장을 주셨다.
근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참 잘생겼어"라고 말을 거셨다.
"아 마스크를 써서 그런가 봐요.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넘겨주신 주차권을 받았는데, 계속 말씀을 이어가셨다.
"사람 너무 믿지 마, 나 젊었을 때 사람 믿다가 돈이고 시간이고 다 날렸어"
궁금했다.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문장이었다.
친구가 지금 치킨과 맥주와 함께 집에서 기다리는데, 할아버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말씀을 끊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말씀을 이어가셨다.
"내가 젊을 때, 3년 정도 만난 여자가 있거든? 근데 돈 많은 건축가한테 갔어"
- "아 헤어지신 거예요?"
"그렇지,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거지 난. 그래서 돈 되는 일은 아무 일이나 다하기 시작했어.
출장 뷔페 알아? 거기에서 요리하면서 나 월 500만 원 받았어"
- "그때 당시예요? 대단하시네요. 이별의 슬픔을 삶의 에너지로 쓰시고 대단하세요"
"응, 그 여자 아니었으면 내가 열심히 살았을까 싶어"
그리곤 말씀을 멈추셨다.
"그 여자, 건축가 만났다고 했잖아? 그 건축가, 직접 공사를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나 봐.
그래서 장애인이 되었어. 내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그동안 내가 번 돈의 반을 보내줬어"
- "아이고 왜 그러셨어요"
"몰라 그냥 그러고 싶더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 그럼, 이별의 슬픔을 잊지 못하셔서 계속 혼자 일하고 계시는 건가?'
조심스레 여쭈어보았다.
- "그러셨구나... 그럼 혼자 지내시는 거예요?"
손사래를 치며 말씀하셨다.
"아 아니 나 결혼했지 집에 집사람 있고, 자녀는 2명이야. 딸 하나 아들 하나.
딸은 여기 구청에 다니고 사위는 시청 다녀. 나 여기 근처 저기 아파트 살아"
10억은 족히 넘는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그리곤 배시시 웃으셨다.
- "아 저 이제 가볼게요 선생님, 다음에 또 기회 되면 삶 이야기 들려주세요"
"어어 언제든지~,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