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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문장]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by 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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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울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새로울 수 없는 상태가 새로움의 기본값입니다.

1.

그저 다른 재료를 일부 더하고 빼거나, 고급스럽고 모던하게 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합니다. 그렇다고 기존과의 연결 고리를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재료, 색상, 제형, 형태, 맛 등 기존 메뉴를 연상하게 하는 지점을 곳곳에 살려둡니다. 대신 모티브를 따오되 직접적이지 않고 은근하게 보여줍니다.


2.

인 시투에서도 판매를 했던 ‘이런! 레몬 타르트를 떨어뜨렸네Oops! I dropped the lemon tart’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요리는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이탈리아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창작한 디저트로 레몬 타르트를 엎어서 깨뜨려 놓은 모습입니다. 형태적 요소만 보면 엉망인 듯 보여 요리인지 의문이 들지만, 이 요리가 만들어진 맥락을 들어보면 불완전성이 예술성으로 바뀝니다. 직원이 서빙을 하다가 레몬 타르트를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그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파괴된 모습에서 창조적 가치를 떠올린 낸 셈입니다.


3.

새로울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새로울 수 없는 상태가 새로움의 기본값입니다. 새로움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기획했는지에 따라 유효기간이 달라질 순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움은 또 다른 익숙함으로 바뀝니다.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기 싫어서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 새로울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새로울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방법은 2가지입니다. 유효한 새로움을 다시 찾아 나서든가, 아니면 새로움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든가. 보통의 경우에는 전자를 선택합니다.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눈에 더 띄고, 새로운 새로움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의 괴로움이 생기는 만큼이나 생각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를 선택하는 기획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새로움만 좇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만드는 가치를 담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4.

유행을 선도하는 새로움을 만드는 것과, 시간을 이겨내는 새로움을 만드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은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철학적 측면에서 봐도,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고려해도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효기간이 짧은 새로움만 추구한다면, 새로움이 주는 가치의 반쪽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트렌드와 클래식 사이의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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