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맥주에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의 눈빛 속에서 다시 나를 찾아,
다시 일상을 꾸려 나갈 힘을 얻어야 한다.
1.
역시······ 경험의 폭이 넓어진 만큼 책이 읽히는구나.
2.
“소설을 읽으며, 사람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3.
아무리 원망을 하고 있어봤자 바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꿀 수 있는 건 이 일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였다
4.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5.
나란히 앉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맥주에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의 눈빛 속에서 다시 나를 찾아, 다시 일상을 꾸려 나갈 힘을 얻어야 한다.
6.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7.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8.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나는 낯선 골목으로 접어든다. 지도 밖으로 벗어난다. 속살로 접어들수록 더 낡은 벽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9.
내가 그 나무를 키우기로 결심을 한다면, 잘 키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비옥한 토양을 가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열심히 토양을 가꿨는데도 아무 나무도 안 자란다면? 그 역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게 비옥한 토양은 남을 테니까. 그 토양을 가꾸는 과정에서 나는 충분히 행복할 테니까. 그 토양을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행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뭔가를 한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한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 행복해한다. 비옥한 토양의 주인이 되어 비옥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알고 있다. 그 땅엔 이미 ‘나’라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그 나무가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 이상을 바란 적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10.
“근데 1년 동안 감도 못 잡고 있다가, 이제야 잡은 거예요?”
선생님은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계속했으니까, 오늘 내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안 거예요. 계속했으니까, 조금만 잡아줘도 금방 만들 수 있는 거예요.”
11.
나는 계속해서 소설을 읽는다.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인간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분노하지 않는 것인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지, 왜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짚어간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희박한 이해의 가능성을 소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