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형

by 아르노

나는 부동산 투자를 20년 초에 시작했다.


이 투자를 시작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특히나 생각나는 형 한 명이 있다.

돈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에게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말해준 형이었다.

-"야 1,000만 원만 있어도 너 집 살 수 있어."
"형 그게 말이 되어요? 사기예요."
-"아냐 우리나라 전세제도를 이용하면 되지. 지금 살 수 있는 게 많아."
"아니에요 형 난 살 수 없어요. 너무 위험해요."

회사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다가 만난 형이었는데, 비슷한 또래의 내가 돈을 몰랐던 게 안쓰러웠는지 정말 만날 때마다 부동산 사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나에게 형은 회사일은 안 하고 투자에만 혈안이 된 사람일 뿐이었다.
'저러다 큰일 나지, 회사에 집중해야지 뭐 하는 거야 정말.'

프로젝트로 같은 회의실에서 한 2개월을 그 형과 같이 일했었는데, 점심마다 왜 부동산을 사야 하는지,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솔직히 지겨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좋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때의 나는 받아들일 수 있는 머리와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끝나고 원래 팀으로 돌아갈 때 형은 나에게 말했다.
"진짜 언젠가는 네가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끝까지 이러네'하고 나는 원래 팀으로 돌아가 쳇바퀴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들려오는 형의 소식은 퇴사를 하고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이야기도 같이 들었다.

'내가 만약 그때 2016년도의 형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형과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부동산을 샀더라면.'

가끔 상상한다. 내 껄무새의 진한 소재거리 중 하나이다.

지금은 그 형과 멀어졌지만 그 형이 밥을 먹으며 내게 해주었던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위의 부동산 책, 투자책에 조금씩 녹아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투자 고수들이 매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해 줄 수 없으니, 책을 통해 내게 투자 방향을 알려주고 있구나'
하고.

그런 진한 투자 조언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거의 그 형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펼 수밖에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한 유일한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