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전현우
아래 글엔 내 생각은 담지 않았고, 책 내용을 요약했다. 내용이 곧 내 생각과 같다.
2021년 서울시내 도로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23킬로미터였으며 이마저도 매년 조금씩 느려지는 추세다.
인간의 이동성=내재 이동 역량+이동 환경. 사람의 이동을 이동성의 관점에서 천착하는 이는 우리 사회에 많지 않아 보인다. 노인의학에서는 400미터 정도는 걸을 수 있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면 이동성 장애가 있다고 분류한다. 지하철의 수직 이동(계단)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은 배제당하는 환경이다. 오프라인 점포의 폐지나 대면 업무의 키오스크화는 이동성이 취약한 인구 집단의 접근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통근 소요 시간은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2023년 통계청 근로자 이동행태 조사 결과 통근자의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은 72.6분, 수도권은 83.2분이다. 사람들의 스트레스 저감, 만성질환 예방, 여가시간 확보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을 비롯한 무형적이고 간접적인 변수는 대중교통의 개선과 공급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더 나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수백만 한국인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동성의 문제는 삶의 문제다.
한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22년 2500만 대. 자동차의 무한 증식은 1. 평균 이동 속도가 낮아져 이동 수단으로써의 자동차 가치가 점차 소실됨, 2. 자동차의 탄소 발자국은 글로벌 히팅에 박차를 가함. 한국에서 1 kwh 전기 생산에 평균 483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전비가 5km인 전기차는 1km당 9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동일 가솔린차는 120-140g) 게다가 산업 금속 채굴에는 환경/노동 이슈도 존재한다. 배터리를 키우면서 늘어난 공차중량이 전비를 더 낮추는 아이러니까지… 자동차는 매우 자본주의적인 재화이다.
수렵, 채취 사회에서 이동은 기본 생존 수단이었다면,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동은 소비 수준을 과시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이 되었다. 동시에 굉장한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한다. 그래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삶을 사람들은 자랑처럼 여기기도 한다. 지구 생태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가 한국인처럼 살기 위해서는 지구 4개가 필요했다. (전 세계 평균 1.75개)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 시 지구 온도는 2100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3.2도씨 상승한다.
우리의 이동은 도시 속에서 이뤄지는데 이 도시의 모습과 구조가 우리의 이동 환경을 결정한다. 자동차가 지배하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 기후 위기를 맞는 모든 도시가 당면한 과제이다. 걷기와 대중교통이 조합된 확장된 보행 공간이 필요하다. 철도와 공원은 꽤나 매력적인 해법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시대에서 여전히 한국사회의 생각은 1990년대 정상가족 모형에 머물러 있다. 서울대 장경섭 교수의 ‘내일의 종언’은 가족을 모든 사회, 경제 활동의 중심 단위로 삼은 가족자유주의가 사회 재생산의 위기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직장이나 학업에 종사하지 않으며 항상 가족을 위해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된 어떤 사람이 존재한다는 통념)
자산의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에서 더 먼 곳으로 이주하며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낮은 평균 자녀수를 가지며(0.59 vs 0.74), 다른 시군 지방으로 출퇴근은 동일 시군구로 출퇴근보다 출산율이 낮다. (1.05 vs 1.2)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서울 바깥으로 밀어내는 부동산 정책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출산에서 젊은 부부를 밀어낸다.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참조한 한국의 정책은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았지만,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유지하고 건강관리를 지속한다. 그래서 서울 집은 그대로 가진 상태에서 그들의 자녀 세대가 경쟁적 수요로 주택시장에 진입한다. 또한 질병, 노쇠, 장애의 문제로 건강에 영향을 받기 전까지 노년층은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이는 남녀노소 모두가 경제활동을 하며 광역 교통망을 활발히 이용하게 된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되는데도 거대도시의 삶은 더 빽빽해지고 결혼과 출산의 포기는 가속화된다. ‘젊은 사람은 서울에서 먼 곳에 정주하여 정상가족을 이루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가설에 문제가 있다.
공공 서비스에서 재무적 가치만 바라보고 본질적 가치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사회에 필수 의료나 철도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2035년 정도면 베이비부머 세대가 80대에 접어들면서 시설에 입소하고, 이는 주택 공급 요인이 된다. 수도권 직장인의 이동은 적어도 15년 내에는 체감 가능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통념과 다르지만, 한 사회의 인구가 고령화되고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은 사회가 고도화되고 동시에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바뀌는 발전의 모습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