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비 반 펠트
이 넓은 미국 땅에서, 이 많은 3억 명의 미국인 중에서 핏줄은 자석처럼 서로를 찾아간다. 우연과 사고가 겹쳐서 아들을 잃은 주인공은 그 슬픔으로 노년의 삶을 반쯤 포기한다. (오랫동안 버팀목이 된 남편마저 병으로 떠난 것도 큰 이유다.) 마을의 커뮤니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여태껏 버텨왔을 뿐이다. 그런데 좋은 방향의 우연과 우연이 반복되고, 초자연적인 (문어의 지능은 자연인가 초자연인가) 현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문어의 도움으로 결국 20년 넘게 그 존재도 몰랐던 손자를 찾게 된다. 불행은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반대로 생각해서 문어의 도움이 없었다면 주인공은 쓸쓸히 요양원에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약물중독이자 지금은 무얼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인공의 며느리이자 손자의 엄마는 아예 이야기에서 배제된다. 철저히 해피엔딩을 위해 구성된 이야기 구조다. 가족의 소중함, 친구의 소중함, 지역사회의 소중함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년층 중에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존재할까. 돌봄 기능이 취약한 요양병원과 의료기능이 취약한 요양원을 전전하며 자식들의 짐이 될 뿐이겠지. 발자취를 남기진 못할 망정 그저 평범하게 죽을 권리마저 점점 박탈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니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