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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by 김알옹

김훈 선생님과 동갑내기인 작가님의 산문집. 매사 심각하고 무겁게 허무하신 어른인 김훈 선생님과 다른 의미로 가벼운 듯 인생을 달관한 느낌의 어른이다. 즐겁게 예전의 삶을 돌이켜도 보고 지금의 삶을 자랑하시기도 한다. (책에 김훈 선생님도 작가님과 동갑이라며 살짝 등장한다)


20241211_125522.png 이옥선 작가님. 76세라고요??? 머리숱 부럽습니다... (이야기장수 제공)


책을 읽으며 받은 느낌: 노년에 되어 행복할 수 있으려면


- 몸의 건강: 메이커 있는 병이 없어야

- 속 썩이지 않는 가족 : 먼저 세상을 뜨거나 해서 아예 없으면 곤란

- 가끔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 :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들. 작가님은 매일 목욕탕에 가서 수다를 떨고, 지인 모임도 좀 있음

- 독서와 같은 취미생활 : 역시 노년엔 눈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많이 못 읽는다고 하신다

- 먹고살 만할 정도의 돈 : 작가님은 생활고를 겪을 정도로 가난해본 적이 별로 없으셨던 것 같고, 노년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도 문제없어 보인다

- 집착이나 욕심을 버린 마음 : 항상 쿨하시다

-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 혹은 수영과 같은 활동 : 작가님은 매주 헬스장도 가고 산에도 가신다


이렇게 많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작가님은 다 갖춘 걸로 보인다. 그러니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아니면 이제 힘든 일은 다 지나갔고 그것에 매여있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살고 계시나 보다. 부군께서 돌아가시는 과정을 참 덤덤하게 써놓으셨는데 실제 그 일을 겪을 때는 얼마나 힘드셨겠나.


“남자가 늙으면 두부 반 모보다 쓸데가 없다”라는데 두부 한 모 정도의 쓸모 있는 노인은 되어야겠다. 그나저나 이렇게 덤덤하고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능력은 원래 가지고 계셨을까, 노인이 되어 발현된 것일까? 부럽다. 나도 딱 이 정도의 필체와 분위기의 글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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