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Ep1.
"내가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선생님이 쓴 책이야."
"어... 처음 들어보는데?"
"저속노화!"
"아하! 그분? 책은 어때?"
"다 아는 얘기... 실천하지 않으면 읽으나 마나 한 얘기들..."
"그럼 점심은 돈까스 콜?"
Ep2.
연휴 기간에 집돌이인 남편과 아들에게 밥 차려주느라 피곤한 아내가 "저녁은 치킨이다"라고 선언했다. 모두 짭짤하고 바삭하게 입안에서 맴돌 치킨 맛을 그리며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치킨. 추운 날씨에도 빠르게 배달해 준 라이더님께 감사하며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후라이드를 식탁에 올려놨다. 뒤에서 사부작사부작 뭔가 준비한 아내가 치킨 옆에 턱 하니 넓은 그릇을 올려놓는다. 양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그 위에 간단히 샐러드용 간장만 뿌려준다.
"야채를 같이 먹으니 정속노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라고 아내가 읊조리며 닭을 천천히 먹는다. 정속노화! 그래 가속노화가 아닌 게 어디냐 라며 마음을 다잡고 배불리 먹겠다는 다짐을 한다. 저속노화에 대한 강박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가끔 정속노화로 풀어줘야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
Ep3.
"노년에 BMI 25-29여도 오히려 사망률이 낮대!"
"늙어서 적당한 비만은 건강에 좋다는 거야? 개꿀인데?"
책에서 정희원 선생님은 내장질환 없이 소화력을 유지하며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먹는 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하지만 현재의 BMI를 노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의지를 다잡으며 오늘도 점심 맛집을 찾아 테헤란로를 헤매는 나는, 매일 나를 속인다고 정희원 선생님께 마음속 짐을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