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10대는 예술가다

by 우소연

새로운 붓, '재능 부족'의 벽을 허물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얼굴보다 등을 더 많이 본다. 물론 그 등 뒤에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화면이 있다. "공부 좀 해라"라고 한마디 하기 전에, 말을 멈추고 아이가 지금 무엇을 창작하고 있는지 잠시 지켜보면 어떨까? 정말 세상이 무너질까? 나는 그들이 이미 새로운 시대를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는 예술가임을 발견했다.

나는 몇 년 동안 그런 걱정을 내려놓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왔다. 특히 부모를 설득해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이 많았다. 그림을 배운 적도, 음악을 한 적도 없지만,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고 싶은 10대들이었다.

오늘날 표현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무료 영상 편집 앱, 3D 프린터, 드론, 아두이노와 스크래치까지. 도구만 이용할 줄 알면, 재능이 부족해서 못 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화성(和聲)을 몰라도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못 그려도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

내가 만난 기영이는 수업 시간에 끄적인 낙서를 정리해 노트북 파우치를 디자인했고, 게임에 푹 빠졌던 영미는 3D 모델링으로 철학적 주제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했다. 아이들은 그동안 쌓아온 '덕력'으로 수준 높은 작품이 될 때까지 제작을 이어갔다.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상상이 가장 큰 자산이었고, 디지털 도구는 그 상상력을 채워주는 협업하는 동료였다.


색이 소리가 되고, 예술이 오감으로 진화할 때


아이들의 표현은 전통적인 감각의 경계를 넘나든다. 색을 소리로 바꾸던 영채, 자전거의 속도를 음악으로 시각화하던 강우. 그들의 작업은 회화와 음악, 청각과 시각이 뒤섞인 새로운 감각의 조합이었다. 예술은 더 이상 한 가지 감각에 머물지 않고, 오감이 융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 사례도 비슷하다. 일본의 팀랩(teamLab)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꽃이 피고 물결이 변하는 디지털 아트를 선보인다.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통해 추상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감각을 기술과 결합시킨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예술은 '재능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상상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발견한 사람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최근 전 세계 화가 중 세 번째로 비싼 값에 작품이 팔려 유명해진 NFT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Beeple)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5,000일 동안 매일 그린 그림을 꼴라주 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초기작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린 그림과 다르지 않다. 그는 컴퓨터 공학 전공자이지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15년 동안 그리고 싶은 것을 꾸준히 그리며 발전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로 성장한 것이다.


푸시(Push) 교육에서 풀(Pull) 학습으로의 전환


이 변화는 학자들도 주목해왔다. 아이들은 더 이상 단순한 미디어 소비자가 아니다. 팟캐스트,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사진 등을 창작하면서 이미 생산자가 되고 있다.

카일리 페풀러(Kylie Peppler)는 우리가 이 활동들을 단순한 취미나 학교 밖 활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규 교육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이를 ‘관심 기반 예술 학습(interest-driven arts learning)’이라 부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와 취향을 담은 배움과 예술로 학습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가 지식을 '밀어넣는' 푸시(push) 교육에서, 아이가 필요한 순간 스스로 지식을 '끌어오는' 풀(pull) 학습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예술은 목표가 아니다, 정체성을 찾는 출발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활동이 아이들을 직업적 예술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낙서를 디자인으로 만들고, 게임 속 이미지를 포스터로 구현하는 일은 작품 그 자체보다도 "나는 어떤 순간에 몰입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하는 여정이다.

아이들은 창작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알아간다. 그래서 아이들이 졸업한 이후의 삶도 다양하다. 화가나 음악가라는 예술가의 길만이 아니라, 요리사·공인중개사·조명 기사·온라인 작가·음악 교사 준비생·디자이너로 성장해 갔다. 예술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도구를 제공했다. 그리고 10대들은 이미 그 기회를 가장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무궁무진한 창작 잠재력 대신 수능 점수라는 낡은 서열에만 집착한다. 철길이 언젠가 끊길 기차를 타고 안주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미 미래로 출발한 열차에 올라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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