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van Learning과 NuVu Studio가 가리키는 미래
아이들이 같은 나이를 살아도, 배움의 속도는 다르게 흐른다.
어떤 아이는 한 번 더 설명해 주면 금방 따라붙고, 어떤 아이는 손으로 만들고 움직여봐야 비로소 이해한다. 누군가는 말보다 그림이 먼저 나오고, 누군가는 질문을 오래 붙잡아둔 뒤에야 걸음을 뗀다. 그런데도 학교는 여전히 '평균'이라는 기준에 맞춘 진도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진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학생은 곧 '어려움이 있다'라고 라벨링 된다.
AI 시대는 이 오래된 관성에 균열을 일으킨다. 배움의 속도와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학생의 문제인지, 개별 배움이 어려운 학교 구조의 문제인지 질문한다. 오늘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국의 Sylvan Learning과 NuVu Studio라는 두 개의 실험을 소개하려 한다. 둘은 정반대의 철학을 갖고 있지만, 미래 교육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비슷한 힌트를 건넨다.
Sylvan Learning(실반 러닝)은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K-12 튜터링 프랜차이즈다. 읽기, 쓰기, 수학, 시험 대비까지 다루지만, 일률적인 진도표를 따라가는 '학원' 모델과는 조금 다르다. 핵심은 진단 → 설계 → 튜터링으로 이어지는 구조화된 학습 과정, 즉 Sylvan Method™다.
(1) 교육철학: 성적과 자신감을 함께 세운다
실반은 학업 성취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학생이 "나는 못한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배움에 대한 자신감 회복을 중요한 목표로 둔다.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별 튜터링을 받은 학생들이 또래보다 2~3배 빠르게 성장했다고 한다. 물론 실반이 의뢰한 연구라는 점에서 비판적 검토는 필요하지만, 실반이 일관되게 밀고 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막힌 지점을 아무도 보지 못했을 뿐이다."
(2) 방법: 데이터 기반의 개별 학습 설계
실반의 수업은 단순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밀 진단: 기술(skill) 단위로 어디에서 멈췄는지 파악
개별 학습 설계: 학생마다 다른 순서·목표 설정
소그룹 튜터링(1:3~1:4): 디지털 플랫폼 SylvanSync 활용
재평가를 통한 성장 추적
여기서 기술은 교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학생의 수행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며, 교사가 더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돕는 조력자에 가깝다.
(3) 특이점: '진도표'가 아니라 '속도 조정'을 판매한다
프랜차이즈임에도 실반은 모든 학생이 같은 진도로 가는 모델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각자 다른 속도로 가는 진도표"를 구조적으로 설계해 제공한다. 이 모델은 학습에 대한 정확한 수준을 알고 싶은 모든 학생을 위해 설계되었다.
NuVu Studio(누뷰)는 매사추세츠의 대안형 스튜디오 학교다. 실반이 '스킬 단위의 정밀 튜터링'이라면, 누뷰는 '프로젝트 기반 창작과 탐구'에 가깝다.
(1) 교육철학: "무엇을 아는가"보다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누뷰는 학생을 모호한 문제 한가운데에 세운다.
"도시에 사는 노인을 위한 이동수단을 새로 설계하라."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라."
정답이 없기에 학생은 탐구하고,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만들면서 자신만의 학습 경로를 스스로 구성한다.
누뷰가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이해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붙잡았는가, 어떻게 표현했는 가다.
(2) 방법: 스튜디오·코치·기술이 만드는 구조
누뷰의 수업은 11주 단위의 Studio(스튜디오)로 진행된다.
도전 과제 제시
탐구와 브레인스토밍
3D프린터·레이저 커터·센서·코딩 등 제작 기술 활용
피드백 → 수정 → 재설계
작품 전시 및 발표
여기서 기술은 '과목'이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현실로 확장시키는 표현의 도구다. 교사는 지식을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짚어주는 코치다.
(3) 특이점: 속도가 아니라 '역할의 다양성'을 수용한다
누뷰에서는 시험 점수가 기준이 아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각자가 발휘하는 강점·역할·표현 방식이 기준이 된다. 어떤 학생은 아이디어를 잘 내고, 어떤 학생은 손으로 만드는 데 강하고, 어떤 학생은 스토리텔링과 발표에서 힘을 낸다.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표현 방식의 차이 자체를 포용하는 구조다.
Sylvan Learning과 NuVu Studio는 서로 다른 교육 모델이지만, 두 실험이 함께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배움을 '동일한 경로'로 보는 시대는 끝난 것 같지?"
실반은 학습을 기술(skill) 단위로 쪼개어 정확한 막힘을 회복하고, 누뷰는 과정과 역할의 다양성을 구조적으로 끌어안는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둘 다 교육의 중심축을 '평균 학생'이 아니라 개별 학생의 템포와 방식에 두고 있다.
두 실험을 함께 보면 기술의 자리가 더 선명해진다.
실반에서 기술은 정밀 진단과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분석 도구, 누뷰에서 기술은 학생의 생각을 구현하는 창작의 재료인 기술은 교육을 대체하지 않는다. 그저 배움의 구조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아이들이 자기 속도로 걸어갈 수 있도록 조용히 받쳐준다.
미래 교육은 "기술 중심의 학교"가 아니라, 기술을 배움의 속도와 방식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학교에서 시작될 것이다.
미래 교육은 더 빠른 학습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속도를 되찾는 시간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있다.
'이 아이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있는가?'
<참고자료>
Sylvan Learning
https://www.sylvanlearning.com/
https://en.wikipedia.org/wiki/Sylvan_Learning
NuVu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