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asket �
2022년 혹은 2023년에 내가 빈 소원은 '행복해지기'였다. 행복하게 해 주세요. 빌면 이루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누구에게 비는지도 모르는 소원을 어딘가에 담았다. 소원을 비는 행위는 1. 소원을 정하기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2. 스스로에게 다짐하기의 기능을 하는 듯하다. 특별한 날인 1월 1일에 떠오르는 새빨간 노른자 같은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그 새빨간 노른자는 심장에 쏙 들어와 3개월 동안 움직일 힘을 준다.
소원은 이루어져 있다.
지나고 나서 보면 소원은 이루어져 있다. 늘 그렇다.
난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혹은 이제야 행복을 느끼고 알게 된 걸까.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은 사실이다.
첫 번째 노른자 - 덕담카드
해마다 어딘가에서 포춘쿠키를 뽑았다. 2024년 9월엔 초이 앤 초이 갤러리에서, 2025년 2월 중순엔 카페 눅409에서. 두 번 다 맘에 드는 문구가 나왔고 어차피 종이 한 장이라는 느낌도 있었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덕담카드를 나눠갖는 시간을 갖기 전까진.
얼마 전 동료들과 '덕담을 쓰고, 누가 쓴 글인지 모르게 나눠갖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덕담카드는 샛노랗고 빨간 노른자 같은 해가 마음속으로 쏘옥 들어오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이뤄낼 수 있는 힘
이 담겨 있다니!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부적이다.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이뤄낼 수 있는 힘'은 즉 '내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노른자 - 너의 성장을 응원해
2024년을 맞으며 종이컵에 쓰인 쪽지편지를 받았다. 짧은 편지엔 나의 성장을 기대한다는 말이 쓰여 있었고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 나의 성장은 나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까 봐 도망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오래 하는 게 열정이라는 생각으로 뭐든 꾸준히 하는 것으로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의 성장을 늘 응원하며 그녀가 스스로에게 가혹할 때마다 '성장하고 있다고!' 주입하며 서로에게 새빨갛고 노란 노른자를 밀어 넣어주는 관계가 되었다.
세 번째 노른자 - 13살의 마음
모두 친구가 되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서로와 서로의 딸 J를 만났다. 어느 날 J가 나에게 "나도 OO이모처럼 별명 갖고 싶어."라며 말을 걸어왔다. 두 번째로 J를 만난 나는 상냥하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 이름은 24절기 중에 내가 태어난 날의 절기에서 따왔으니, J의 이름도 태어난 날의 절기인 '춘분'으로 하면 어때!?" 모두가 외쳤다. "춘분이~? 꽃분이 아니야?ㅋㅋㅋㅋㅋ" "춘분이 아니면 충분하단 뜻의 충분이라고 해도 되겠다!"
봄을 담을지, 충분함을 담을지 고민하던 J는 충분이를 택했고, 언젠가 또 바뀔지 모르니, 나는 그저 J의 별명 리스트에 나의 추천이 들어가서 기쁠 뿐이었다.
그렇게 J가 떠난 후, J와 친한 친구가 "J가 예취에게 말 걸어서 깜작 놀랐어"라며 말을 걸어왔다. 낯을 가리는 친구였던 것이다! 나는 내가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에게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통한 걸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짜-릿하다.
이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행복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작년, 올해에 빈 소원도 이루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