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자와 서점, 삼성당 서점
누구나 각자 좋아하는 동네, 단골집들이 있듯이
도쿄 여행을 갈 때마다 꼭 들르는 동네 중 한 곳이 진보초이다.
진보초에 방문하게 된 데에는 야마 노우에 호텔의 덴푸라 레스토랑이 가장 첫 번째였고, 그다음으로는 판화 재료를 구입하러 간 붐 포도 BUMPO, 그리고 중고서적을 구할 수 있는 중고서점이었다.
그중에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중고서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중고책을 사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이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진보초에서 만난 중고서점들은 (물론,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오래된 책일수록, 희귀 서적일수록 가격은 점점 올라간다(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는 책도 많다). 심지어 초판인지, 작가 사인본인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었고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최신판/개정판이 비싸게 팔리는 우리나라랑은 다소 다르다.
그렇게 진보초에서 만났던 서점 중
인상 깊었던 몇 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서점들이 내부 인테리어가 아닌 책(내용/겉표지)을 촬영하는 것은 금지였기에 책 소개는 따로 하지 못합니다.*
KITAZAWA BOOK STORE 키타자와 서점
키타자와 서점은 진보초에서 다녀본 중고서점 중, 가장 인테리어에 압도당하는 곳이었다.
진보초에 있는 다수의 서점들이 북카페(Cafe)를 겸하고 있는데
키타자와 서점 역시 1층에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책꽂이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서
어떤 '빨리 어떤 책을 찾아야겠다' 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서 오른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옆에 위치한 가로등이 서점에 처음 들어올 때의 차분한 분위기를 잡아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1층 카운터 모습.
그렇게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2층 중고서적 코너가 있는데,
일본어로 된 책도 많지도 영문 책도 많기 때문에 일본어를 하나도 몰라도 충분히 재밌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책 구성은 이렇게 되어있고
보다시피 장르는 미술/문학/어학/여행 등등 정말 다양하다.
외국작가의 일본어 번역본, 일본 작가의 영문 번역본, 영미문학, 시집, 미술전시도록, 작가화집, 백과사전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러시아로 출간된 소설책도 있었다.
해리포터 호그와트 도서관에서 봤을법한 앤틱, 클래식 그 자체의 책장들이 세워져 있고 그 사이사이 빈틈이 없게 책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그리고 카운터 쪽으로 가면 저렇게 은방울 스탠드와 은방울 샹들리에도 달려져 있어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다 못해 취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왼쪽 스탠드 있는 책상에서는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주인아저씨가 책 정리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들어가서 희귀 고서적 코너였는데 점원분이 상주해계신 곳이라서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일어 책보다는 영문 책/수입원서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나처럼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점이다.
*2층 중고서점의 평균 가격은 2천엔~5만 엔 정도였고, 간혹 절판되어서 구하기 힘든 책이거나, 작가 사인본, 백과사전 같은 경우는 1만 엔~2만 엔 까지도 있었다
*내가 방문한 진보초 서점 중에 장르 불문하고 종수가 가장 많았던 서점이었고 특히, 나는 미술 쪽으로 유심히 살펴봤는데 큐레이팅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키타자와 서점을 비롯한 진보초에서 느낀 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단순히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물건'을 넘어서
그때 그 시절을 느낄 수 있는 '기록물' 이자 더 나아가서 '기념품'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보관상태가 굉장히 깨끗한 것. 그리고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그러하다.
또한, 서점에서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책을 감상할 수 있는 차분한 분위기, 깨끗한 환경(저렇게 엔틱 한 가구지만 그래도 천장에 에어컨도 달려있고 공기청정기도 있다) 덕분에 더 집중해서 둘러볼 수 있었다.
책을 소중히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단순히 '상품'으로서만 바라보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먼저 서점이 책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서점이었다.
이 외에도 진보초에는 굉장히 많은 중고서점들이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미술책 중고서점 중심으로 포스팅할 예정이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무리로 인상적이었던 서점을 하나 소개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Books Sanseido 삼성당 서점
삼성당 서점은 중고서점이 아닌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 같은 대형 체인 서점이다. 진보초에 있는 삼성당 서점은 총 8층까지 이뤄져 있고 교보문고 같이 단행본뿐만 아니라 수험서, 잡지 장르 상관없이 다양하게 찾을 수 있는 서점이다. 어떻게 보면 마니아층을 위한 서점이 아니라 실용성이 더 강한 서점인 만큼, 도쿄 인들의 생활에 깊이 스며든 서점이구나 라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점 1층에서 분주하게 책을 옮기는 점원의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등에 적힌 문구는 'we are made of habits'
'우리는 습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상거래의 개념을 넘어서 책이라는 게 하나의 문화이자 자부심으로 여기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이렇게 진보초 제작 굿즈도 살 수 있다.
분위기는 여느 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인상적이었던 거는 규모는 광화문 교보문고의 2배가 넘지만 발자국 소리도 안들릴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서점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것.
사실 일드 중쇄를 찍어라 에 나온 서점과 모습이 가장 흡사했다.
이 서점이 재밌는 이유는 또 있었는데,
바로 지하 1층 식당이다.
광화문 영풍문고에도 식당은 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식당이 있었으니,
들어가는 문부터가 예전 6,70년대를 연상케 한다.
메뉴의 비주얼도 굉장히 고전적.
점심에는 런치 특선으로 저렴하게 판다고 하는데
저녁에는 주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맥주 한잔 먹는 그런 분위기였다.
당연히 '영어 메뉴판 따위는 없겠지'라는 예상과 달리 영어로 응대해주시면서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주셔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고 분위기도 그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녔기에 하루 종일 서점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던 몸을 쉬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진보초에서 책을 습관, 기록물 그리고 기념품으로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면,
다음 포스팅에서는
미술서적을 주로 다루는 서점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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