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끼는 일본식

깔끔한, 정갈한, 건강한, 정성스러운 한끼

by 예술여행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되도록이면 여행 중 한 끼 정도는 일본식을 먹으려고 한다.

여기서 일본식 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일본식이란,

깔끔하고 건강한 재료로 정성스럽게 잘 차려진 한상이다.


그 한 끼 식사로 낯선 타지에서의 여행 일정을 따뜻하고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예술여행에 한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화려하고 럭셔리한 식사가 아닌, 낯설고 외로운 여행지에서 편안하고 차분히 도쿄를 느낄 수 있는 식당 몇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Yakumo Saryo 야쿠모 사료


처음 이곳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점심/저녁식사가 아닌 '조식'을 '예약'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3200엔 + tax + 10% service charge =5천엔정도/결코 적지 않은 가격

도대체 일본식 조식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마음에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었다.


**예약 필수**

https://yakumosaryo.jp/e/

예약은 홈페이지 들어가서 이메일(영어)로 보냈다.


홈페이지 보면 조식 말고도 런치도 따로 운영이 되고 (런치는 코스로 운영돼서 가격대가 좀 있다)

식사를 안 하더라도 차 tea를 마실 수도 있고 다른 블로그 보니까 tea set만 구입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나는 이곳의 가장 인상적인 콘셉트인 '조식'을 예약했다.



이렇게 일반 주거용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었다.

마당에 나무들도 주택정원처럼 그대로 있고 마치 길 지나가다가 식당을 들어간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알법한 사람들, 여기를 꼭 오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한 사람들만 올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대문이 영업 중에는 계속 열려있지만

계단을 오르고 저렇게 천막으로 한번 살짝 가려져 있어서 실내에 들어가서도 아늑한 느낌이었다.


들어가서 예약했다고만 말했는데도 이미 내 이름을 알고 계셔

내가 찾아서 예약을 한 느낌이 아니라 초대장을 받아서 찾아온 초대받은 손님 같은 느낌마저도 들었다.(감동+1)

그렇게 자리로 안내해주셨는데,



통창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반듯한 사각 나무 식탁에 앉게 된다.

한 번에 각각 3자리씩 있는데

나는 혼자 왔고, 다른 예약 손님이 또 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가장자리에 앉으려고 했으나,

편하게 앉으라면서 가운데 자리에 의자도 빼주시고 가방이랑 재킷도 편하게 옆자리에 놓으라고 해주셨다. (감동+2)

그리고 따뜻한 물수건을 주셨는데

여기서 그냥 물수건을 턱-! 하고 주시는 게 아니라 저 나무 케이스에 뚜껑까지 닫혀있는 상태로 식탁 위에 올려주신 다음, 내가 보는 앞에서 뚜껑을 열어주셨다. 서비스하는 모습이 정말 정갈하시고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감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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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리에 앉으면 웰컴 티를 내어주신다.

햇빛 가득한 창 앞에 놓인 보글보글 끓는 물을 바로 떠서 벚꽃차를 내어주신다.


식사 밥 rice 죽 porridge 둘 중에 선택 가능했고,

아침이라 그런지 대부분 죽을 드시는 듯했으나

개인적으로 아침에 죽을 먹으면 배가 안차기에 밥으로 주문했다.


분위기에 취해, 벚꽃 차에 취해, 봄날 따뜻한 아침 햇빛에 한참 동안 취해있을 무렵 식사가 나오고-



식사구성윤기 흐르는 흰쌀밥, 된장국, 생선구이, 감자조림, 그리고 멸치, 다시마튀각이 나오고

야채 절임.

야채 절임은 따로 덜어먹으라고 저렇게 야채 절임용 앞접시, 젓가락을 따로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생선 먹으면 생선 기름이 다른 반찬에 묻는 거 짜증 나는데 이런 배려가 너무 자상하게 느껴졌다.(감동+4)


식사 도중에도 밥을 이미 다 먹어가고 반찬이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슬쩍 옆에오시더니 '밥 더 줄까요?'하고 여쭤보시고 양도 half/same 이렇게 물어보셨다.

제가 따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센스 있게 옆에 오셔서 물어봐주신 덕분에 (심지어 저는 그분이 저를 쳐다보는지도 몰랐다)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감동 +5)



그렇게 식사를 다하면 말차를 내어주시는데

또 여기서 (감동+6)이었던 게 격불을 바로 내 옆에서 한 다음,

찻잔을 정말 정성스럽게 쥐어서 앞에 딱 주셨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났다.

다만, 후식을 고를 때,

따로 샘플을 보여주시지는 않고 영어로 설명을 해주시는데 이때 설명만으로는 제대로 뭔지 감이 잘 안 왔어서 좀 아쉬웠다.

어쨌든 나는 떡 rice cake을 선택했고 사진처럼 잎에 감싸 져서 서빙이 되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이 공간이었다.

이 자리는 아마 tea house로 운영될 때 사용이 되는 자리 같았는데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조식 시간인 만큼 가끔씩 예약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분들이 있다.

그러면 바로 자리로 안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진의 테이블에서 웰컴 티를 내어주면서 대기를 하고 원래 식사를 하시던 분들이 편하게 식사를 다 끝마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이러한 배려들 덕분에 아침식사를 하는 내내 굉장히 따뜻하고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부분 저 메뉴만 보면 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고,

굳이 저 가격에 지하철을 타고 아침을 먹으러 가야 하나?라는 의문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곳은 '고급'이라는 게 꼭 샹들리에, 대리석 식탁, 커틀러리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곳이다.

특유의 따뜻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찾아온 손님을 편안하게 해 주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내어준다면 그것보다 더 따뜻한 식사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기운으로 아침을 시작하니 하루 종일 그 여운이 이어져 남은 일정도 씩씩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Yakumo+Sary%C5%8D/@35.6189055,139.6676929,15z/data=!4m5!3m4!1s0x0:0x6ab2a53911f712c6!8m2!3d35.6189055!4d139.6676929


이곳의 인상은 꽤 오랫동안 남아 이후 도쿄에 다시 방문할 때도 생각이 났었는데,

검색하다가 알게 된 야쿠모 사료의 주인분이 하는 찻집 사쿠라이 티 익스피리언스.

이른 아침식사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이 곳을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https://brunch.co.kr/@art-travel/35

https://www.google.com/maps/place/Sakurai/@35.663573,139.7095713,17z/data=!3m1!4b1!4m5!3m4!1s0x60188b70dfedb24d:0xb56c6172f5c2cae3!8m2!3d35.663573!4d139.71176








야쿠모 사료도 그렇고 사쿠라이 재피 니즈 티 익스피리언스도 그렇고

따뜻하고 정갈한 식사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 없지만

두 곳 다 예약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더군다나 야쿠모 사료는 중심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접근성이 용이한 몇 곳을 더 추천해보려고 한다.



Akomeya 아코메야



긴자에 위치한 아코메야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파는 슈퍼마켓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긴자 본점 한편에 그 특산품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점심식사/저녁식사 가 있고 저녁을 10시까지 영업하기에 여차해서 여행 일정이 저녁 늦게 늦어진 관광객들에게 적합한 식사 영업시간이다.

(참고로, 점심- 저녁 사이 2시~5시까지는 찻집으로 운영이 되는데 개인적으로 차를 마시기에는 분위기가 차분하지는 않으므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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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메뉴는 Seasonal Kobachi-zen

밥, 국 그리고 8개의 반찬이 서빙되는 계절밥상이다. 계절밥상인 만큼 반찬은 그때그때마다 바뀐다)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고 밥도 리필이 가능하다. 거기에 생맥주까지 한잔 먹으니 정말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시부야 히카리에 D&DEPARTMENT d47식당


시부야에 있는 히카리에 라는 쇼핑몰 8층에 위치한 d47 식당.

도쿄로 여행 가면 시부야는 한번쯤 들러보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다.



창가 쪽에 앉으면 시부야 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데

이날 딱 운이 좋게도 창가 쪽에 앉을 수 있었다.



반찬 구성은 앞서 소개했던 곳들에 비해 가장 간소하다.(양도 가장 적다)

그렇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맛있었고 시부야 거리를 보면서 건강한 밥상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하지만 아코메야가 더 맛있다.)



Tempura Miyakawa 덴푸라 미야카와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덴푸라 미야카와는 튀김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언뜻 지나갈 때에는 가정집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곳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10자리 남짓한 바 자리와 4인용 테이블 2개가 있는 작은 가게이다.

일본어를 1도 못하는 나는 굉장히 긴장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지만 주방장 할아버지와 서빙을 담당하시는 할머니가 싹싹하게 맞아주신다.

메뉴도 단출하게 텐동, 덴푸라 오마카세 딱 2가지이고 주문을 하면 그 즉시 앞에서 튀겨주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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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받게 된 텐동은 튀김도 큼직큼직하고 된장국도 계란이 풀어져서 나와서 더 든든했다.

혼자 온 내가 신기하셨는지 밥먹는 중간중간에도 어디서 왔냐? 여행온거냐? 음식은 맛있냐? 등등 중간중간 말도 걸어주시고(영어로!) 주인할머니도 내가 물 다 마셨으니까 물도 계속 챙겨주셔서 따뜻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텐동 가격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분위기, 음식 퀄리티를 생각하면 야쿠모 사료 다음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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