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영 Oct 22. 2023

바야흐로 무용의 시대

"춤은 분명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춤은 분명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오랫동안 춤을 춰왔다. 그 긴 시간동안 늘 춤에 도전해왔다. 내가 아는 춤은 더 높이 더 많이 더 잘해야 하는 것이었다. 때때로 춤은 내게 만족감을 주기도 했고 자신감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춤이 주는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전에 현란한 테크닉을 온 몸으로 수행하는 것이 춤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니 춤이 즐겁고 행복하기보다는 힘들고 어렵고 두려워져 갔다. 춤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훨씬 시간이 지나서였다. 무용치료사로 전공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을 만나 기초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면서부터였다. 스스로의 몸을 만져보고 신체의 각 부분을 움직여보고 일상의 모습들을 소리없이 흉내내거나 그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보기만 하면서도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면서 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언가 멋들어지게 보여지는 것만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 교육채널에서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영상제작에 출연 요청을 받았다. 그들 역시 막연히 현대무용을 소개하고는 싶었으나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니나다를까 3시간 안에 현대무용 기본 동작을 가르쳐주고 가요에 맞춰서 결과물을 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마치 태권도에 태극1장, 2장 하는 순서가 있듯이 현대무용도 그런 게 있지 않냐고. 못할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는 그렇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현대무용을 오해시키고 싶지 않았다. 물론 다양한 테크닉들을 요구받는 무용수들이나 전공자들에게는 몸을 단련하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스스로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현대무용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 번 보지도 않고 자신은 춤을 못 춘다고 단정 짓지 않기를, 무용은 자기가 아닌 무대 저 위에 있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한 것이라고 멀리하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때이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운동에도 열심을 낸다. 각종 스포츠 동호회가 활기를 띠고 요가를 통해 몸과 정신을 수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 각자 몸을 단련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텔레비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춤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이며 만남프로그램까지 흥행을 하고 있고 한류 열풍에서도 춤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바야흐로 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춤은 몸과 정신을 통합하여 자신을 인식하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정신과 병동에서 군부대에서 학교에서 센터에서 만난 환자들이 군인들이 학생들이 노인들이 주부들이 직장인들이 누린 춤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춤은 분명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