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ating Around

후추 악센트

모모스커피 순후추바닐라케이크

by Art Around

부산의 모 베이커리에는 후추 쿠키가 있다. 말 그대로, 후추가 들어간 쿠키다. 좀 굵게 갈린 검은 후추가 쿠키에 알알이 박혀 있다. 씹으면 알싸한 후추의 맛이 난다.


사람들에게 대접하면 포장지에 쓰여 있는 후추라는 단어를 보고 먹기 전부터 ‘이건 무슨 몰래카메라인가…?’ ‘이건 무슨 새로운 괴롭힘인가…?’ 역력히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 후추 쿠키는 오래전에 처음 만난 날 이후로 나의 최애 쿠키이다. 나를 아는 누군가는 그 베이커리에서 쿠키 세트를 선물 받으면 나를 위해 후추 쿠키를 미리 빼놓곤 했다.


후추 쿠키를 전파하고 다닌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부산의 모모스커피에서 후추 바닐라 케이크가 나왔다. 오뚜기 순후추와 콜라보한 제품인데, 영도 지점을 갔더니 인기가 많아서 거의 모든 테이블마다 놓여있을 정도였다…!


대항해 시대 열강들은 후추를 구하려고 두려운 줄 모르고 더, 더 먼바다로 나가려고 했고 부자들은 혀가 아려 먹지 못할 정도로 통후추를 잔뜩 박은 새 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을 초대하며 부를 과시하려 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경양식집에서 먹던 수프의 맛은 후추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추억의 맛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향신료들은 자생하는 나라에서만 인기가 있는데(고수처럼), 후추는 자라는 나라가 한정적인 것에 반해서는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불호 없이 사용되는 향신료인 것 같다.


어쨌든, 후추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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