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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ating Around

옛날식 스시집

old fashioned

by Art Around

서울은 모르겠지만, 부산에는 옛날식 스시집이 아직도 간간히 남아 있다. 부산뿐만 아니라 아마도 마산 등 예전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바닷가 도시들에는 예전만큼 많지는 않아도 아직 조금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식' 그리고 '옛날식'을 어떻게 구별하지?라고 생각해 보니, 화려함과 소박함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스시는 원조국인 일본에서도 가격대가 있는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손님 접대나 거창한 이유 없이도 갈 수 있는, 그리고 오늘 점심 혼자 먹어야 하는데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스시 전문점이라기보다는 우동도 팔고 지라시 스시도 파는 동네 골목에 있을 것 같은 식당 말이다.

부산에는 서면 롯데백화점 맞은편 골목 안으로 이런 스시집들이 좀 남아있는데 수영 팔도시장에서 최근에 한 집을 찾아냈다.

크기로 유명한 팔도시장의 끄트머리에 있는 집으로, 일본인 사장님이 요리하고 있다.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시장을 지나가는데 빨간 대야에 담긴 엄청 큰 광어를 사고 있는 집이 있어 봤더니 스시집이었다.

구성은 간단하다. 그날 그날 바뀔 수도 있는 구성의 스시 10개와 작은 우동 혹은 메밀소바, 그리고 튀김 2개. 이게 스바루스시세트이고 여기에서 스시의 구성이 좀 바뀌면서 8개가 되면 점심 특선이다.

끝에는 유치한 젤리.


메밀소바와 우동을 둘 다 먹어봤는데 내 생각엔 우동이 좀 더 맛있었다. 특히 한국의 요즘 우동집에서 잘 하지 않는 튀김 고명- 작은 새우와 다양한 야채를 잘게 썰어 튀긴 것을 올려줘서 국물맛이 좀 더 풍부해지고 식감이 다채로웠다. 스시는 나쁘지 않다. 해운대에 유명한 스시집들이 많이 있는데 가끔은 이렇게 소박한 스시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가정집의 맛. 계란이 좀 큰 날도 있고 작은 날도 있는, 삶은 새우마저 아주 평범하고 가끔가다 바쁜 날 마지막 손님이 되면 사장님이 미안해서 이것저것 더 내줄 것 같은 그런 가게의 맛. 마지막 마무리는 과일 조각이 조금 들어간 역시 옛날식 젤리.


스바루스시세트는 17,000원, 스시점심세트는 10,900원이다. 카이센동 같은 덮밥류나 사시미세트, 몇 가지 우동과 튀김류도 있는데 세트가 아닌 5개씩 나오는 스시 메뉴도 있다.


요즘은 맛집이라고 하면 엄청 큰 시스템화된 식당이거나 아니면 유명한 프랜차이즈 거나, 특히 해운대 같은 관광지에 살면 그런 경우가 많아서 가끔 아주 흔한 음식이 구하기 어려워 슬퍼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프랜차이즈 김밥집의 화려한 김밥이 아닌 데친 부추가 왕창 들어가고 참기름 발라 마무리한 옛날 김밥(역시 팔도시장 안에 있다!) 같은 것 말이다.


종종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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