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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베이커 Jul 29. 2023

[아트 한입] 전시|뱀의 재해석으로 탄생한 다층적 세계

불가리 X 국제갤러리 세르펜티 75주년 전시

*본 전시는 사전 예약 시에만 관람 가능합니다.

[아트 한입] 뱀의 재해석으로 탄생한 다층적 세계> © 2023. ART BAKER


불가리세르펜티 탄생 75주년을 맞이하여,

국내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국제갤러리와 함께했습니다.


로즈골드 소재 세르펜티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링, 워치 © 2023. 아트베이커


을 뜻하는 세르펜티(Serpenti)

불가리의 대표적인 모티프로서

독창적인 작품에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으며

예술계와 늘 밀접한 연관을 보여주었습니다.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Bulgari Serpenti, 75 Years of Infinite Tales)> © 2023. 아트베이커


8월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외에도

불가리는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에서

현대 예술가와 함께하는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전시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Bulgari Serpenti, 75 Years of Infinite Tales)>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지난 3월 상하이, 6-7월 뉴욕, 그리고 여름의 서울 이후에는 9월 밀라노, 11월 도쿄, 12월 베이징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에서 예술에 담긴 뱀의 타임리스한 매력을 극대화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연결하며,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세르펜티의 비전과 매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전시 예매하러 가기 (링크)




00 국제갤러리 X 불가리와 함께한

      현대 여성 작가 6인


국제갤러리 전경 © 2023. 아트베이커


1982년, 여성창업가인 이현숙 회장님이 시작한 국제갤러리는 여성 예술 작가들을 비롯하여 한국의 동시대 예술가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천경자 작가 © 연합뉴스 / 최욱경 작가 © 국제갤러리
함경아 작가 © Keith Park / 홍승혜 작가 © 국제갤러리
최재은 © 국제갤러리 / 니키 드 생팔 © Norman Parkinson


이번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전시>에서는

천경자, 최욱경, 최재은, 함경아, 홍승혜 등

한국의 여성작가 5인과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통해

주도적이면서도 대범한 현대 여성의 모습과 불가리의 세르펜티가 만났을 때 진화된 매력을 뽐냅니다.


전시는 다음 주 월요일인 7월 31일까지입니다!




01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천경자


천경자 <사군도>, 1969 © 2023. 아트베이커


천경자(Chun Kyung Ja, b.1924-2015)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벗어나 짙은 색채와 설화적, 자전적인 주제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습니다. 꽃, 여인, 뱀, 꿈과 환상을 소재로 다루며 자신의 모습과 삶의 현실에 대한 저항을 작품에 끊임없이 투영하여 내면의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1952년 발표한 뱀 그림이 화제가 되었는데, 허물을 벗고 아름답게 환생한 뱀의 모습은 고통, 분노, 슬픔 등의 감정들을 예술혼으로 정화하려 노력해 온 작가의 성숙한 내면을 반영합니다.


천경자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상설 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2023년 8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b.1882-1967)<길 위에서>와 함께 관람하셔도 좋습니다!

위대한 한국과 미국의 예술가 2인의 작품 세계와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덕수궁에 가실 때 한번 들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서울시립미술관(Sema)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전시 상세 보기 (링크)





02 추상예술 영역의 확장, 최욱경


최욱경 <무제>, 1970 © 2023. 아트베이커


최욱경(Choi Wook Kyung, b.1940-1985)은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필치로 한국적인 추상회화 기법을 이끌었습니다. 미국 유학 초기부터 자신만의 조형양식을 찾아 끊임없는 실험을 한 작가는 평생 형태와 공간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고유의 '추상표현'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특히,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이를 대하는 근원적인 감정을 화면에 풀어냈는데,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붓질, 강렬한 원색, 그리고 자연이라는 주제와 결합한 유기적이고 율동적인 형태 등은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분투한 최욱경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또한 그의 예술적 실천을 당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여성 예술가의 가능성에 대한 열망의 증거이자 남성중심적인 한국 모더니즘 및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새로운 기술입니다.


최욱경 <뱀이 된 나무 (Tree Turns into Snake)>, 1985 © 2023. 아트베이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던 최욱경의 1985년작 <뱀이 된 나무 (Tree Turns into Snake)>는 보기 드문 그의 입체 작품으로 회화 작품이 주를 이루는 최욱경의 작품의 영역을 더욱 넓혀줍니다.


Exhibition view,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 2021 © 2023. 아트베이커


한편,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에서는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를 개최하여 그의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고, 미술 교육자이자 시인으로서 책을 집필하기도 하였던 최욱경의 전방위적인 활동을 총망라했습니다.




03 만날 수 없던 자들 간의 소통,

       함경아


함경아 <Big Smile K 01-01-02>, 2018 © 2023. 아트베이커


함경아(Ham Kyungah, b. 1966-)는 현실의 단단한 껍질 속 감춰진 시스템의 규칙과 금기에 도전하며 모순과 부조리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념적인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함경아 <Are you lonely too? C-01-01-01>, 2013-14 © 2023. 아트베이커


2008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 중인 '자수 회화 연작'은 작가가 컴퓨터 포토샵 등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이미지와 텍스트를 중간자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의 제3국을 경유해 북한의 자수 공예가들에게 보내며 시작됩니다. 이들은 도안의 이미지와 색채, 그리고 텍스트를 통해 작가와 미술적 소통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긴 시간에 걸쳐 한 땀 한 땀의 자수 작품들을 완성합니다. 완성된 작업물은 작가에게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간혹 공안 당국에 압류되거나 중개상이 행방불명되는 등 불가피한 변수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년간 작가가 매진하여 수행한 작업의 일환으로서 'SMS 시리즈' 중 일부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데, 작품은 전시장에서 보이는 가시적인 결과인 동시에 작품의 캡션이 밝히듯, 비가시적 측면들, 즉 중개인, 밀수, 뇌물, 불안감, 검열, 압류, 이데올로기, 암호 등과 더불어 노동의 시간, 정치적, 역사적 사건들을 작업에 담아냄으로써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들을 시각화합니다.


함경아 <Thou, If you are like me BC 01-001-02>, 2014-15 © 2023. 아트베이커


작품 속에는 K-팝 가사 등 다양한 단어와 메시지가 텍스트로 담겨있는데, 이는 국경 너머에 사는 이들과의 금기된 소통을 시도하는 개념 미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만나지도, 볼 수도 없던 존재들의 소통과 삶의 이야기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04 기하학적 언어로 소통하는 홍승혜


홍승혜 <Serpenti>, 2023 © 2023. 아트베이커


홍승혜(Hong Seung-Hye, b.1959-)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초기에 디지털 화면의 기본 단위인 사각 픽셀(pixel)에서 시작하여 최근, 벡터 문법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도형들을 조합, 분해, 반복해 가며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이미지를 증식시켜 왔습니다.


홍승혜 <너무 길다 (Trop Long)>, 2023 © 2023. 아트베이커


모니터에서 탄생한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점차 실재의 공간으로 나와 평면, 입체, 애니메이션, 가구, 건축으로 확장되며 조형적 변화를 거듭합니다. 이렇듯 공간의 구축으로서의 추상에 대한 일관된 관심을 바탕으로 작가는 작품의 내적 구조와 작품이 위치할 건축 공간과의 관계를 탐색하며 기하학적 추상이 실천된 현실-장소를 만들어냅니다.


홍승혜 <너무 길다 (Trop Long)>, 2023 © 2023. 아트베이커


홍승혜는 프랑스 시인 쥘 르나르(Jules Renard, b.1864-)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뱀(Le serpent)> 구절인 '너무 길다'를 형상화한 작품을 샤프란 색 카페 위에 선보이며 신선하고 유쾌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05 우아하고 신비로운 행운의 빛,

       최재은


최재은 <Meeting The Morning Dew>, 2023 © 2023. 아트베이커


최재은(Choi Jae-Eun, b.1953-)은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조각, 설치, 건축부터 사진, 영상, 사운드까지 장르와 매체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접근방식으로 무한한 시간, 그리고 이를 살아가는 존재의 유한함, 삶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최재은 작가 인터뷰 영상 © 2023. 아트베이커


최재은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력을 지닌 뱀, 세르펜티를 황금뱀으로 연장했습니다. 작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금뱀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행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얘기합니다.


최재은 <From the Forests of Asoka>, 2017 © 2023. 아트베이커


그는 작업 전반에 걸쳐 장엄한 스케일과 섬세하고 치밀한 조형성을 구현함으로써 관객에게 시간을 경험하고 명상할 기회를 마련합니다.


최재은 <Asking Nature>, 2023 © 2023. 아트베이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탄생, 성장, 소멸, 그리고 삶의 순환에 대한 고찰을 현시점까지 시도 중입니다.


최재은 <Meeting The Morning Dew>, 2023 © 2023. 아트베이커


전시공간에 은은하고 우아한 빛을 드리우는 조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조명 위에 그려진 아침 이슬을 먹으러 가는 16마리의 황금뱀행운을 전합니다. 영적인 치유를 선사하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명상의 순간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06 평범함을 거부하는 니키 드 생팔


Niki de Saint Phalle <Le Sida est là>, 1897 © 2023. 아트베이커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b.1930-2002)은 유년 시절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여 회화, 설치, 조각, 영화, 건축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평범한 삶에 만족하지 않던 그는 여성으로서의 굴레를 뛰어넘고자 했던 현대미술가입니다. 니키 드 생팔은 브랜드의 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불가리가 사랑하는 프랑스의 여성 작가입니다.


Niki de Saint Phalle <Chapalle>, 1975 (좌) / <Pouf Serpent Jaune>, 1994 (우) © 2023. 아트베이커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던 니키 드 생팔에게 '뱀'은 매우 중요한 모티프가 되어주었으며, 이는 다채로운 드로잉 및 조각에 담겼습니다.


Niki de Saint Phalle <Adam and Eve>, 1985 © 2023. 아트베이커


20세기 누보 레알리즘을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는 획기적인 구상과 재료를 독창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색다르고 독자적인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Niki de Saint Phalle <L'abre de vie (생명의 나무)>, 1990 © 2023. 아트베이커


그중 '뱀'의 모티프가 작품군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막연히 가지고 있는 공포와 불안 등을 상징하지만 작가는 뱀에 장식과 밝은 색채로 덧입혀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식시킵니다.


'타로 공원(Tarot Garden)' at Garavicchio. Photo: Peter Granser; © Fondazione il Giardino dei Tarocchi


본 결정체는 1998년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카발비오에 세워진 '타로 공원(Tarot Garden)'입니다. 이외에도 니키 드 생팔은 대표 연작인 <나나> 시리즈도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07 세르펜티가 그려낸 새로운 풍경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대표 컬렉션 '세르펜티' © 불가리


세르펜티(Serpenti)는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합니다. 뱀은 유럽에서 재생, 변화, 부활, 불멸, 지혜 등을 상징합니다. 1948년, 불가리는 뱀이 가진 생명력과 에너지를 재해석하여 세르펜티 주얼리를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이후 브랜드의 창의성과 역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했습니다.


국제갤러리 K2 전경 © 2023. 아트베이커


K1, K2, K3에 걸쳐 국제갤러리 서울 전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불가리의 대표 컬렉션 '세르펜티'를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K1에서 K2, K3 사이를 잇는 '세르펜티' 모양 이정표 © 2023. 아트베이커


K1, K2, 그리고 K3 사이 이동동선을 따라 바닥에 이정표 역할을 하는 세르펜티는 전시의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와인빛 리본 위에 불가리 로고가 새겨진 입장 팔찌도 전시 경험에 특별함을 더해줍니다.


'아름다운 물결의 전주' © 2023. 아트베이커


K3관에서는 3D 입체 음향과 고차원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된 공간인 '아름다운 물결의 전주'가 있었습니다. 이 공간은 세르펜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꾸며졌으며, 터치 폴을 통해 효과음이 구현됩니다.


골드 소재 세르펜티 네크리스, 브레이슬릿-워치, 브레이슬릿 © 2023. 아트베이커


그리스 어느 작은 마을의 은세공가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창립한 브랜드 '불가리'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뛰어난 세공 기술, 대담한 디자인,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 철학 등 불가리만의 헤리티지가 녹아있는 섬세하게 세공된 다양한 제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Exhibition view,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 2023. 아트베이커


불가리의 1960년대 광고 사진과 1950-60년대 초기 세르펜티 제품과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세르펜티 컬렉션 주얼리 피스 두 세트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Exhibition view,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 2023. 아트베이커


주얼리, 패션과 현대미술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과 이들의 만남이 그려낸 새로운 풍경이 인상적인 전시였습니다.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기념 엠블럼 © 2023. 아트베이커


머리와 꼬리가 맞닿아 원의 형태를 형성하여 무한성을 은유하는 불가리 세르펜티 엠블럼처럼, 무한히 새로운 세계로 펼쳐져 나아가는 예술세계를 함께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아트 한입]에서는

국제갤러리 전관에서 열리는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전시를 살펴보았습니다.

함께한 6인의 작가 대부분이 자신이 마주한 삶의 현실 속 고통을 예술로 승화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여성 작가 6인이 예술적으로 불가리 브랜드와 뱀을 의미하는 '세르펜티'를 해석한 작품을 통해 단순한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는 강인하고 담대하며 지혜로운 여성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시간 내어 삼청동에 발걸음 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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