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사진작가들의 Selfie는 뭐가 다를까?
셀피(Selfie) 찍는 거 좋아하시는 분 손~
오늘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에서 소개해 드릴 도서들은 천재 사진작가들의 셀피입니다.
사진작가들에게 자화상(=Selfie)이란, 가장 접하기 쉬운(+무료인) 소재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제가 소개할 작가들은 작품을 찍는 공간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컨셉으로 나뉩니다.
비비안 마이어, 사울 레이터, 리 프리들랜더는 길 위에서 사진을 찍는 스트릿 포토그래퍼,
로버트 메이플소프, 사무엘 포소는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 포토그래퍼로 나누어 소개하겠습니다.
자, 그럼 작가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가보실까요~!
Book.1 [Photography]
사후에서나 사진이 공개되어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작가로 이름난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들을 모은 사진집입니다.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에서 사진작가로서의 순발력과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Vivian Maier(비비안 마이어)가 왜 'Selfie의 원조'로 여겨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보시면 됩니다. 비비안은 생전에 무명을 자처한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그녀가 어떠한 예술관과 가치관을 갖고 사진을 찍었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작가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사진에 감정이 담겨있지 않다고 느껴져 더 미스터리해 보였더랍니다. 그저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게 숙명인 것처럼 찍은 느낌이랄까요.
마이어의 사진들은 사진에 문외한인 제게도 뛰어나다 느껴지는데, 본인에겐 그저 일상 사진이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던 걸까요? 묘하게 혼자인 모습이 잘 어울리는 비비안 마이어의 ‘Self-Portraits’를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셀카를 찍는 창의적인 방법에 대한 영감을 얻을지도 몰라요.
Book.2 [Photography]
포토그래퍼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감독들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된 사울 레이터의 작품 사진들과 더불어 그의 가치관도 함께 알 수 있는 도서입니다. 사진도 멋지지만 성격도 매력 있어요.
Saul Leiter(사울 레이터)는 따뜻한 색감으로 일상적인 풍경을 표현하는 사진작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처음 느낀 점은 영화 <캐롤>과 색감이 비슷하다는 거였는데, 실제로 <캐롤>의 감독 토드 헤인즈가 사울 레이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밝혔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반가웠습니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는 그의 작품과 인용구를 모아놓은 일종의 회고록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그는 단순하고 소박한 성격을 가졌으며, 이러한 성격은 그의 작품 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유리창에 비친 풍경이나 뭘 찍었는지 확실하지 않은 사진들을 선호하는 만큼, 본인의 셀피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담아냈습니다. 대체 이게 어딜 봐서 자화상인 건지 헷갈릴 정도로 풍경에 녹아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 본인이 주목받고 싶어 한다면 오히려 찍기 힘든 사진이랄까요.
사람들은 노력에 끝이 없는 유형의 천재를 존경하지만, 무심한 천재 유형에겐 호감을 느끼곤 합니다. 제 생각에 레이터는 무심하지만 매력적인 천재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는 숨 쉬듯이 촬영한 결과물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죠. 현재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에 사울 레이터의 책이 한 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 많이 들여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Book.3 [Photography]
미국 사회의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거리 풍경들을 담아내는 걸로 유명한 사진작가 리 프리들랜더의 자화상들을 모은 사진집입니다.
Lee Friedlander(리 프리들랜더)는 컨템포러리 포토그래피 씬에서 저명한 사진작가입니다. 20세기 중반에 활동하며 미국 사회의 현실적인 풍경들을 담아내어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전 그가 마돈나가 무명 가수이던 시절 그녀의 누드 흑백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살짝 더 흥미롭지 뭔가요.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정말 직접적인 누드였어요. 당시에 그 사진이 플레이보이 매거진에 실렸다는데, 단순히 여성의 몸을 소비할 목적으로 찍었던 걸까요? 음. 그런 거라면 좀 비호감입니다.
쨌든 다시 도서에 집중하자면, 프리들랜더의 'Self Portrait'에는 현실적이지만 어딘가 장난기 다분한 그의 모습들이 담겨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사진작가와 마찬가지로 유리, 창문, 거울 등에 비친 본인을 찍었는데, 거기에 더불어 다양한 오브제들을 활용하여 장난스러운 사진들이 탄생했습니다. 본인 그림자의 머리 위에 만세하는 미니어처가 얹어졌을 때, 그리고 앞서가는 여성의 뒷모습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했을 때, 그가 신나게 사진을 찍었을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Book.4 [Photography]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자화상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진들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도서입니다. 사진 속 인물들을 맞춤형으로 담아낸 매력적인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Robert Mapplethorpe(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첫 번째 큐레이션에서도 소개한 사진작가입니다. 첫 번째 큐레이션에선 그의 꽃 사진들로만 이루어진 도서를 소개했었는데, 이번 도서는 그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퀴어, SM, 남성 누드와 같은 당시 금기시된 소재들로 작업을 하여 '외설'이나 '예술'이냐에 대한 논란이 많은 작가였습니다. 그래서 이 도서에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사진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아름답다 평가받는 이유는 빛과 구성, 인화에 있어서 완벽함과 이상화된 미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메이플소프는 남녀의 양성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위의 두 자화상 또한 그런 정체성 탐구를 대표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플소프는 본인 또한 카메라 앞에서 솔직했고,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솔직한 이면을 우아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였습니다. 메이플 소프의 다른 도서들을 함께 보시면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유명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Book.5 [Photography]
나이지리아 출신의 사진작가 사무엘 포소의 자화상들을 모은 사진집입니다. 포즈가 정말 멋져서 본받고 싶습니다.
Samuel Fosso(사무엘 포소)는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아티스트입니다. 포소의 작품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자화상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다양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포소의 자화상 작업물은 그의 가장 유명하고 독특한 시리즈입니다. 특히 책에 포함된 'African Spirits' 연작에서 포소는 아프리카 대륙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재현합니다. 넬슨 만델라,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 앙겔라 메르켈 등과 같은 아이콘들을 재현함으로써 아프리카인의 역사에 대한 참여와 영향력을 강조합니다.
포소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는 자화상의 중요성을 잘 아는 아티스트였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의 그는 매우 당당하고 매력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낼 줄 알죠. 의미도 의미지만 오늘날 인생네컷이나 셀프 스튜디오에서 뚝딱거리는 분들에게 한 번쯤 사무엘 포소의 자화상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도서 목록
-'Self-Portraits', Vivian Maier
-'영원히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Self Portrait', Lee Friedlander
-'The Photographs', Robert Mapplethorpe
-'Autoportrait', Samuel Fo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