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행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됩니다. 사랑했던 연인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거나 시간이 흘러 사별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별이란 처음엔 생각지 못했던 것이기도, 혹은 알면서도 불가항력적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이유로 일부러 헤어진 게 아니라면 이별은 슬픔을 동반하곤 합니다.
이 그림은 이중섭 작가의 <길 떠나는 가족>입니다. 소달구지의 가운데에 앉은 앞머리가 곱슬곱슬한 여인은 아내인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 씨이며, 양옆에는 아들들이 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봐서는 모두 흥겨워 보입니다만, 이 작품을 그리던 시점에는 작가가 가족과 생이별을 한 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극심한 가난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그보다 4년여 전에는 6∙25전쟁으로 어머니를 원산에 남겨 두고 월남했습니다. 당시 전황이 엎치락뒤치락하여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가족의 몰살까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두 번의 생이별을 겪었던 그에게 우리가 갖는 일반적인 인상은 위의 그림과 같은 평온함과 유쾌함,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황소>와 같은 강인한 민족정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기구했던(전쟁 전까진 유복한 생활을 하긴 했지만) 삶과 그림을 대비하면 그의 굳센 의지와 더불어 연민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별의 슬픔은 그림 속에 감춰 두고, 반드시 좋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강하게 전달되었습니다.
2019년 2월, 이중섭 미술관에 가기 위해 서귀포에 다녀왔습니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과 유품을 확인할 수 있고, 도슨트 프로그램도 현장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는 점도 좋았으니 여유 있으시면 가 보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글을 매듭짓기 전 이별의 무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별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힘들어했던 시절엔 너무나 많은 사람이 강제로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주위에서도 직접적으로, 또는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흔히 목격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별을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요? 그러니 이중섭 작가와 좀 더 공감하기 위해 이별의 무게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바쁜 일상 속에 무뎌져 가는 우리의 감수성도 자극하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