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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북살롱 Oct 24. 2021

인상파의 눈으로 하늘을 본다면

글: 히햐

    가을이 되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단연 하늘일 겁니다. 하늘에도 다양한 하늘색이 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푸른 하늘, 뭉게뭉게 구름으로 가득한 하얀 하늘, 해가 기울며 타오르는 붉은 하늘, 새벽 동이 틀 무렵의 연보라 색 하늘 , 그림자가 드리워진 낮은 회색 하늘. 하늘의 이름은 ‘하늘색’ 하나이지만 우리가 바라본 하늘은 다양한 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상파의 시작을 알렸으며 평생을 인상파 화풍의 그림을 그린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바라본 다양한 색채의 하늘이 있습니다. 모네는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을 관찰하였고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것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냈죠. 그의 작품에는 특히 연작 시리즈가 많습니다.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눈에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는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포플러 나무 연작 시리즈에서는 1891년 여름에서 가을까지 모네가 말년을 보낸 지베르니에서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변화를 모네의 방식으로 그렸습니다.

좌)클로드 모네<Poplars on the Banks of the River Epte, Seen from the Marsh>1891~1892

우)클로드 모네 <Poplars at Giverny Poplars on the Banks of the River Epte, Overcast Weather>,1891


왼쪽 그림에서는 미세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이 맑고 깨끗한 어느 날, 따스한 햇살이 포플러 나무를 깨우고 있고 앞쪽의 포플러 나무의 어둡게 처리된 그림자는 강한 빛의 대비를 더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로 보입니다. 앞쪽 강변의 나뭇잎들과 달리 뒤편의 나무는 뿌옇게 처리되어 땅까지 내려온 대기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좌) 클로드 모네 <Poplars, White and Yellow Effect>, 1891 (우) 클로드 모네<Poplars, Autumn, Pink Effect>,1891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특별한 색이 강조되었습니다. 왼편의 그림은 흰색과 노란색이 강조되었습니다. 짙은 노란색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나뭇가지들은 지금 계절이 가을로 깊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힘없이 희미하게 보이는 흰색은 차가운 저녁 공기를 맞은 듯 수분기 없는 스산한 기운을 전달하는듯합니다. 오른쪽 그림은 분홍색이 강조되었습니다. 가을에 분홍색을 떠올린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햇빛을 받은 찰나의 순간에는 갈색의 나뭇잎도 봄의 꽃잎처럼 분홍빛으로 반짝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좌) 클로드 모네 <Poplars, Wind Effect,1891>  (우) 클로드 모네 <Poplars on the Banks of the Epte>,1891


이번 그림은 바람과 빛이 보다 그림입니다. 왼쪽 그림에서 잎사귀의 흔들림을 보면 큰 바람이 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가느다란 기둥은 흔들림이 없어 마치 소나무 같은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해가 보다 가까이 와있는 듯, 마치 조명을 받고 있는 것처럼 나뭇잎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마치 저 멀리 보이지 않는 태양이 이글거리는 장면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클로드 모네 <아르젠테유 센 강>, 1872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상주의가 처음 시작되었을 그 무렵 모네가 아르젠테유 지역에 머물면서 그렸던 아름다운 하늘을 소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바닐라 스카이>리는 별명이 있는 작품입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라는 동명의 영화에서  이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는 달콤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허구임을 깨닫고 고통스럽지만 진실한 삶을 선택하게 되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극 중에서는 “1분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어떤 삶의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인생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 순간을 포착할 때 자신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마치 모네가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캔버스에 담아낸 것처럼 말이죠.


    그날의 시간과 날씨에 따라 풍경이 다르게 보이듯 우리 주변의 대상들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하루 일과, 매일 다니는 동네의 길목, 완고한 주변의 사람들,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권태로운 일상의 것들을 가만히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그 모습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 차이를 발견해 낼 수 있다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빛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관찰했던 인상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말이죠. 지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세요. 

차이를 볼 수 있을 때! 찰나의 순간! 인상파의 하늘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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