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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북살롱 Oct 23. 2021

당신의 꿀잠을 기원합니다.

글: 다행

    요새 좋은 밤 보내시나요? 예전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유익한 강의를 봤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 '숫자'만 바꿔도 인생이 바뀐다는 건데요, 여기에서 이 숫자는 수면시간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각 개인에게 필요한 적정 수면시간입니다. 개인마다 적정 수면시간은 다르지만, 결국 충분히 자는 게 우리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말이죠, 영 별로네요. 갈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누웠을 때 바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잠들더라도 5시간 이상 안 깨고 자는 경우는 1주일에 한 번 정도입니다. 이게 요즈음 일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다행일 텐데, 안 좋은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지 몇 년 된 것 같습니다.


에드바르트 뭉크, <밤의 방랑자>, 캔버스에 유채, 1923 – 24년, 90 x 68cm, 뭉크 미술관


    그러다가 얼마 전 눈 밑에 다크서클이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내 눈이 원래 이랬나 싶더군요. 마치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 – 1944년, 노르웨이)가 환갑 즈음에 그린 자화상에서의 모습처럼 초췌해 보였습니다. 그 역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더군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였으니 이건 저보다 심각합니다. 그가 불면증까지 겪었던 이유에는 유전적인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환경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여겨집니다.


    뭉크는 성인이 되기 전 어머니와 누나를 결핵으로 잃었고, 남동생도 단명하였으며, 여동생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성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심지어 애인과의 불화로 총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낮잠>, 캔버스에 유채, 1889 – 90년, 91 x 73cm, 오르세 미술관


    그가 잠이라도 잘 잤다면 다음날 어느 정도 회복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으니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겠죠? 자신에게 필요한 충분한 수면시간을 취해야 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어 건강과 행복 모두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기분 좋게 잠들고, 가뿐하게 일어나는 상상을 하다 보니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 – 1890년, 네덜란드)의 <낮잠>이 떠오릅니다. 이 그림은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오르세 미술관 展≫에서 만났는데요, 아마 동선상 마지막 부분이었을 겁니다. 이 작품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잠시 숨이 턱 막히더군요. 고단한 일을 하던 농부가 잠시 낮잠을 청하는 모습이라고 하지만, 마치 황금이 가득한 낙원에서 성인(聖人)이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곤히 잠든 모습은 너무나 숭고하면서 행복해 보였습니다.


    이 그림을 본 여러분도 비슷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로 깊이 못 자는 경우가 적지 않을 거예요. 그런 분들은 저처럼 걱정도 되겠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고요. 지금만큼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20세기 중반에 태어났고, 갖은 어려움을 겪었던 뭉크도 팔순을 넘었으니까요. 당장 바꿀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걱정은 건강에 오히려 해로울 겁니다. 그러니 길게 보면서 조금씩 바꿔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도 최소한 오늘만큼은, 고흐의 <낮잠>처럼 여러분도 꿀잠을 자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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