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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May 31. 2023

요즘의 나, 오늘의 나



1.

매주 화요일마다 강의를 듣습니다.

강의라고 할지 강연이라고 할지

아무튼 무언갈 듣고 있습니다.

큰 주제는 기후 위기와 환경입니다.

매주 바뀌는 주제는 그에 따른 파생적인 문제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경제학적 측면, 사회학적 측면, 인권적인 측면, 환경공학적 측면 등에 관해 들었습니다.

내용은 다소 어렵고, 이해도 다소 더디지만

자꾸자꾸 듣다 보면 귀도 트이고 생각도 트이지 않을까 싶어

교수와 과학자와 작가들의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2.

오랜만에 불멍을 했습니다.

지난 연휴에 빗 속에서 나는

쉬지 않고 불멍을 했습니다.

불멍 + 비멍입니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비가 내렸고

그리하여 새벽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멍을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진짜 멍- 해져 버렸습니다.


이런. 난감합니다.



< 햇빛 속의 여인 _ 에드워드 호퍼 / 1961 >
< 퐁투아즈 곡물 시장 _ 카미유 피사로 / 1893 >
<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_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1917-1918 >
< 센강 변의 크레인 _ 폴 고갱 / 1875 >



3.

자주 미술관에 가고 있습니다.

보통 책이나, 노래나, 영화나... 아무튼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것은 여러 번 취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미술관도 갔던 데를 다시 가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미술관을 자주 다니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가득 찬 미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우환의 비움에서는 사유할 것이 많았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가득함에서는 어떠한 영감도 얻지를 못했습니다.

카미유 피사로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의 그림에서도

감동은 덜했습니다.

아마 이것은 후에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아무튼 현재의 나는 그러하더군요.



4.

읽고 싶거나, 읽어야 할 책들이 이미 여러 권 쌓여 있는데

몰입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한 권을 통독하지 못하고

끊어 끊어 읽을 수 있는 것들을 틈틈이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독서 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글 속으로 깊게 들어가 읽을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 여유는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요.


아,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5.

운전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꾸만 운전대를 잡고 달리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막히는 길 말고, 뻥뻥 뚫리는 길을 시원하게 내달리고 싶은 마음.

고층의 건물 없이 긴 강을 오른쪽에 두고 달리는 것은 꽤 괜찮더군요.

텅 빈 공간에서 가득 찬 마음을 조금 덜어내 비웁니다.


그런데 밤마다 그 마음을 붙잡습니다.

집 나간 강아지처럼 한번 나가면 자꾸만 뛰쳐나가게 될까 봐

갖은 이유를 대며 나를 말립니다.





6.

글을 쓰는데, 글을 못 쓰겠습니다.

그게 가장 젠장할 일입니다.


젠장.



7.

노래를 듣습니다.

사실 노래는 매일 듣는데,

문제는 같은 노래만 듣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노래를 듣다가도 다시 원래의 노래로 돌아갑니다.

음악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데,

또 사람을 병들게도 합니다.


그 노래가 없었더라면,

그 노래를 내가 몰랐더라면,

나의 회복은 더 나았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8.

참는 것과, 참으려고 애쓰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참는 것은 그리움과 기억과 장소이고

참으려고 애쓰는 것은 술과, 생각과, 이야기입니다.



9.

파마를 새로 했는데 망했습니다.

짜파게티 같다고 하네요.

내가 봐도 그렇습니다.

늘 가던 미용실에서 늘 하던 디자이너에게 늘 하던 스타일로 해달라고 했는데

왜 이런 걸까요.

그날따라 디자이너의 심기가 불편했던 걸까요?

덩달아 내 심기도 불편해지네요.


사람의 마음도, 사람의 기술도,

한결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10.

이 따위 글을 쓰다니.


나도 참.



< 깊고 고요한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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