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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Jul 14. 2023

비가 오니까 그냥 써 봅니다.



요즘, 의도적으로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죠. 이미 써 둔 글도 업로드하지 않고 있구요.

이유는 뭐... ^^

한 때는 매일 쓰겠다고 부지런히 노력하던 때가 있었는데,

인간이 생겨 먹은 게 복잡해서 이랬다 저랬다, 저도 제가 피곤합니다. 하하하.

아무튼, 글을 쓰고 싶은데 참다 보니 그 시간을 읽는 것으로 보내곤 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비 오는 날이라 글을 참기가 좀 힘들어지네요.

그래서 그냥 좀 떠들어보겠습니다.

무슨 글이 나올지는 손 끝에 맡겨보겠습니다.



< 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2023) >



저 쪽 방에서 요즘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이 리코더로 '스즈메의 문단속'을 부르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요즘 이 혼란한 청소년 때문에 좀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저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마음이 더 혼란해집니다.

(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방 안에 꿀을 발라놨는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를 않으니까요. 그냥 방 밖으로 들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그저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씻기고 그 근원의 돌봄에만 집중하며 살 수 있었습니다.

때때로 잘한 것, 잘못한 것, 옳은 것, 그른 것 정도 일러주고 가르치면서요. 

그래도 나름 경험 우선 주의라 많은 곳을 보여주고 경험시키고 하는 과정도 부지런히 가지면서요.

그 생활의 무게도 결코 가벼웠던 것은 아니나 삶의 근원적 돌봄이 정신적인 영역으로 넓혀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1+1 정도의 무게가 아니더군요.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부모로서 생각보다 많은 인내와 번뇌가 필요합니다. 

내가 아이에게 하고 있는 방식이, 취하고 있는 태도가, 건네는 말과 마음이 틀린 것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됩니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내 삶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그 본연의 질문까지 수시로 하게 하죠.

질문과 고민을 숱하게 하지만 언제나 답을 얻지 못하고 맙니다. 

그 답은 언제 찾을 수 있는 건지, 그 확신은 언제 가질 수 있는 건지 정말이지 나는 매일 궁금합니다.


나도 저 나이에 저랬으니까, 나도 저 때에 온 우주가 흔들렸으니까, 나도 저 시기에 온갖 것들이 뒤틀렸으니까 다 이해하지만, 다 이해하니까 더 걱정스럽습니다.

옆에서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던 나는 그때에 누구라도 나를 조금 잡아주지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혼자서 중심을 잡고 어긋나지 않게 사느라 힘을 많이 들였거든요. 그래서 놓친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습니다. 버티고 사느라 못 보고 지나온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것이 나는 내내 안타깝고 아까웠습니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과 사는 데 급급해 돌보지 못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해야 하는 것이 믿고 기다리는 것인지, 가까이 돌보는 것인지, 혼자 자라게 두는 것인지, 적극적인 도움인 것인지. 참... 어렵습니다.


아이의 연주가 오늘따라 길게 이어지네요.

마음이 혼란한 것일까요?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일까요?

저 아이도 나처럼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고 마는 아이인데, 아마 그만 자라고 말리지 않으면 밤새도록 저 곡을 연주하고 또 연주할 것입니다. 

어쩐지 오늘따라 저 리코더 소리가 슬프게 느껴지네요.


쏟아지는 빗소리에 노랫소리를 묻어봅니다.



< 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2023) OST_RADWIMPS (Feat.Toaka) - すずめ(스즈메)_쏘플 soso playl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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