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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Jul 22. 2023

그곳에서는 편안하십시오.



누구에게는 선생님이었지만 누구에게는 어리고 귀한 딸이었을 한 사람이 떠났다.

세상에 나와 사회인으로 처음 일을 시작한 그곳에서 그녀는 스스로 생을 끊었다.

채 2년을 넘기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알지 못한다.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도 알지 못한다.

그녀의 절절했을 마음 또한 감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안타깝고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이 슬프다.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삶'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의지'가 아니다.

'죽을 용기로 살아라'는 말을 나는 경멸한다.

죽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사람이 용기를 내어 허공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죽을 마음을 한 번이라도 느껴 보았다면, 그렇게 떠나간 이가 한 명이라도 주위에 있다면

그 말이 얼마나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인지,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 말인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죽음 대신,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을 내어 버티기 힘든 그곳을 뛰쳐나왔으면...

영혼을 버리지 말고, 그저 그 직업을 버려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감히 건네기 힘든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과 유독 인연이 깊다.

가족과 친척 중에 교사들이 있고, 또 교사가 되려는 이도 있다.

젊은 날, 교사의 짝사랑을 받기도 했으며 연애를 했던 이가 나중에 교사가 되기도 했다.

또 내가 방송 일을 할 때에는 교사들과 많은 일을 같이 하기도 했고, 이웃에도 교사인 지인이 여럿 살고 있다.

아이를 기르면서 많은 교사들을 만나보기도 했으며 이곳 브런치에도 유독 많은 교사 작가님들이 있다.

또 돌아보면 내 어린 날에 손 내밀어 나를 수렁에서 구해준 평생에 잊지 못할 스승님도 교사이다.

그래서 내가 더 이 젊은 '교사'의 죽음에 마음이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의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고 또 섣불리 아는 척을 해서도 안된다.

다만, 오늘의 이 죽음이 '교사'라는 직업적 특성과 내부적 문제점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또 교사와 학부모, 혹은 교사와 학교, 교사와 권력 이렇게 편을 나누어 피해자와 가해자로 통칭되어 싸움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학부모든 관리자든 권력자이든 그들 모두가 하나의 색깔일 수가 없고

조심스럽지만 내가 만난 교사들도 그 결이 모두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죽음으로 절규하는 이를, 현장에서 고스란히 이 모든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교사'라는 틀에 넣기 이전에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저 그들도 인간이고, 노동자이고, 생활인이다.

모든 노동자와 생명은 존중받고, 존중해야 한다.

그것은 어느 사회든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오늘의 죽음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잊어버리면 반복하게 된다. 잘못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기억해야 한다.





늦은 밤까지 많은 이들이 이 아픔을 함께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떠나는 길을 애도하고 있었다.

그녀의 짧았던 생을, 개운하지 않았던 삶을,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조금은 미래를 희망을 해볼 수 있었다.


요즘 세상이 온통 죽음으로 뒤덮인 느낌이다.

푹우로 인한 전국의 여러 사고들 안에서, 혹은 그 사고를 구하려다,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내리는 비만큼이나 온 땅에 눈물이 가득하다.

이 비가 그들의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맨머리로 맞아주고 싶다.

몇 날이고 몇 밤이고 그저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함께 맞아주고 싶다.

하지만 이 비가 그들의 고통이라면 이제 그만 멈추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떠나는 길이 조금은 편안할 수 있도록 시끄러움도, 습함도, 추적거림도 그만이었으면 좋겠다.





이 계절,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고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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