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은근슬쩍 다소 즉흥적이나 나 혼자만은 못내 진지한 다짐
딱! 한 달만 매일 글을 써보자! 하고 생각을 한 것이 벌써 이 삼 년도 넘었다. 그 사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그 프로젝트를 비밀스레 스리슬쩍 시도해보기도 하고 아니나 다를까 스리슬쩍 일수밖에 없었던 까닭처럼 스리슬쩍 포기하기도 몇 번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생각과 몰입과 쓰기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한 시간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맞물려 굴러가던 일상의 흐름을 끊고 산재한 삶의 파편들을 여기저기 제쳐 두어야만 했다. 그러한 날에 희생되어야 할 것은 내가 만들어가던 일상뿐 아니라 나와 한 공간에 살고 있는 가족들도 포함되었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미루고 나의 의무 또한 외면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물리적인 시간을 만든다 해도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매일 리셋되는 변치 않는 굳은 의지와 글을 써야 한다는 당위성, 또 그 의지를 이행해 나갈 철옹성 같은 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몸소 체험한 바에 의하면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매일 하프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하프 마라톤은 해보지도 않았고 매일 하프 마라톤의 거리를 걷는 것도 내겐 무릎이 아작 나는 인고의 행위이기에 마라톤은 오죽할까 하는 추측일 뿐이다. 껄껄껄)
어쨌든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지난 몇 년간 소리 소문 없이 시도했다 포기했다 다시 다짐했다 체념하며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는 굴레 속에서 ‘매일 글쓰기’의 난이도를 농밀하게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껄껄껄
그래서 요즘은 부쩍 더 부지런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과 또 길고 깊은 글을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 짓는 사람들에게 그 글의 완성도나 깊이와는 별개로 무조건적인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진심 어린 존경을 담아 기립하여 되도록 크고 길게 짝짝짝짝!
다들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역사를 써가겠지만 나 또한 여차 저차 한 굴곡 속에서 글을 쓰는 행위만이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행위라는 결론을 내린 뒤로 나는 조금 더 진지하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그간 써왔던 글들과 다른 형태의 글을 연구하며 쓰고 있는데 이상한 것이 한 장르에 치중된 글을 쓰다 보니 나는 또 브런치의 공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설정과 기교와 배열이 필요하지 않은 생의 것을 가만히 찬찬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는... 그러다 보면 내 안에 켜켜이 쌓였던 말과 글들이 내장 속에서 울컥하고 밀려 올라오는 그런 글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실은, 다른 종류의 글을 연구하고 있다가 에잇- 몰라- 하며 다소 즉흥적으로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다시 해봐야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쓰는 글이 그리워서, 살아있는 글자들로 말을 하고 싶어서, 진지한 고민과 주제는 잠깐 제쳐두고 그냥 매일 떠오르는 글을 써봐야지.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관심도 없지만 못내 내 안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그 숙제, 이번엔 진짜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