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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구 위 2cm

불친절에 속지 마라

by EUNJIN



친절함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다.

친절함은 단정함이다.

단정함은 성품이며

성품은 본질이다.


그러니 요란한 불친절에 현혹되지 말고

가지런한 친절에 감동하라.


본질은 겉멋에 우선한다.




라고 생각은... 하는데

나는 가끔 불친절한 글을 쓰고 싶다.


불친절은 은둔이다.

불친절은 비밀이며

불친절은 침묵이다.


때때로 나는

나만 알 수 있는 불친절로 나를 숨기려 한다.

아니친절함 속에 나를 가두고 깊이 들어가려 한다.

작은 방 하나 만들어 홀로 숨 쉬고

커다란 미로 한가운데서 노래하려 한다.


그러나 가벼움이 사람을 움직일 수 없듯이

그것은 결국

누구에게서도 따뜻함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임을 안다.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온화한 온기의 길 위에 설 것인가.

무심한 냉기의 길 위에 설 것인가.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

오래고도 지치줄 모르는 고민이다.

< Photographs _ NATALIE KARPUSHEN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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