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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pr 09. 2023

부끄러움을 견디는 일

with. 소설가의 말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면 언제나 아니, 대체로 대부분 부끄럽다.


쓸 때 신나던 것들이 무료해진다.

쓸 때 재미나던 것들이 희미해진다.

쓸 때 확신하던 것들이 모호해진다.

쓸 때 가치 있던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1995년에 등단해 근 삼십 년 글을 쓴 소설가가 말했다.






베스트셀러 1위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반응이 좋아서 좋긴 한데,
독자 분들 반응을 책이 나온 직후에는 잘 못 본다.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안전한 게 확인된 다음에 보는 스타일이다.
물론 제가 썼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읽을지 모르지 않나.
일단 반응을 보지 않고 있다가
주변에서 괜찮다, 하면 안심하고
정선된 것부터 반응을 본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관록 있는 작가도 그러할진대

일개 아무 이름도 뭣도 없는 나라는 인간은 오죽할까.


글쓰기는 부끄러움을 견디는 일이다.

끊임없이 부끄러워지고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는 용기다.


계속계속 부끄러운 일을 해서

결국엔 그것이 부끄러워지지 않게 만들고 싶다.


누구나 그렇게 산다고,

누구나 다 부끄럽고 안타깝게 산다고,

그러니 내가 대신 부끄럽고 너는 더 이상 부끄럽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자, 오늘도 나의 부끄러움을 긁어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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