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산문집
밤의 눈_대진_혐오의 시대 위에서
7월에는 경북으로 촬영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면허를 따지 못하여, 급한 일정이라면 지인이나 아버지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차로 이동을 하지만 시간이나 동선에 여유가 있다면 대게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편입니다. 사실 차보다는 자전거로 다니는 것을 더 선호 한다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자전거로 이동하면 차로는 쉽게 지나쳐버리는 장면들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긴 길을 천천히 풍경을 보며 선호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오디오 북을 들으며 가다 보면 차보다 시간은 더 걸릴지는 몰라도 마음도 헛헛하지 않고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촬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경북 촬영은 가는 길이 멀어, 완독 시간이 긴 책 위주로 엄선하여 11:17:24초 길이의 <밤의 눈> 이란 책을 담아두고 서울에서 출발했습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유신 헌법 국민 투표일에 공교롭게 지인의 장례가 겹쳐 장례식장에 참석한 한용범과 옥구열은 짧은 인사 후 각자 집으로 향하며 1950년 6.25전쟁 당시 대진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회상 하며 시작한다. 대진읍의 명망 있는 가문이었던 한용범은 대진의 권력자 4인방의 눈 밖에 나있던 차에 6.25전쟁이 발발하고 대진에는 첩보 군대가 파견되자, 이 기회를 노려 4인방은 한용범을 사상범으로 몰아 죽을뻔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한용범은 많은 학살 피해자와 자기의 생과 사를 운명이라 치부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걸 운명이라 이름 짓고 말기에는 죽은 자들이 너무나 억울하다 하였다- 간신히 살았지만, 여동생 한시명은 오빠를 대신해 대살 당한다. 한편 당시 옥구열의 아버지 역시 보도연맹 가입원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하여 시체도 찾지못한 상태로 살다, 4.19혁명 이후 모종의 사건을 본 이후 유족회를 결성한다. 이후 유족들과 시신을 발굴하고 합동묘를 만들며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활동하지만, 5.16 군사 정변으로 명분이 필요했던 군당국은 ‘사망한 좌익분자를 애국자로 가장하고 군경이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왜곡 선전하여 국민을 오도’하였다는 명목으로 한용범 -유족회의 자문상담역을 맡았었다-등과 함께 체포되어 갖은 고초를 겪는데 소설의 큰 사건들은 한용범과 옥구열을 통해 진행되지만 전쟁으로 희생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밤의 눈>을 들으며 이동하는 도중 공교롭게 가는길에 대진이라는 이름의 지명을 발견했습니다. 가는길에서 촬영지 조금 위에 위치한 대진이라는 지명의 장소가 소설속의 장소가 아니라는것을 알고있었지만 그곳을 직접 가서 봐야겠다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패달을 밟은 내내 열없이 눈물이 났습니다.-약간의 노화로 인한 호르몬 문제인지 울증의 초기 증상인지 겸연쩍게 우는 일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혐오의 전쟁이 있던 이곳 한반도에 대진과 같은 사건들이 일어 나지 않은 곳이 있었을까요, 대진은 제주 4.3사건 일수도 마산, 청사포, 금정굴, 덕적도, 아산에서의 민간인 학살 사건들의 수많은 이명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진에 들러 아직도 어딘가에 아무렇게나 묻혀있을 그들의 육신과 분골된 그들의 정신을 생각하며 촬영지로 향했습니다.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 도착해 씻고 누워, 존재하지 않는 소설 속 대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2022년 크고 작은 여러 모습으로 존재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 노인과 청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빈곤과 부유 여러 많은 이유로 서로를 혐오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있는건 아닌지.. 나도 누군가에게 은연중에 혐오의 감정을 비췄던것 같아 쉬이 잠들기는 어려운 밤이었습니다.